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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코퍼레이션, 1.2조 빚에 숨은 성장 드라이브

거래량 늘면서 매출채권·무역금융 확대…한중희 CFO, '변동성 관리' 과제

고진영 기자  2026-03-05 09:30:49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수천억원의 영업현금이 순유출됐다. 얼핏 유동성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외형 성장이 만들어낸 재무적 착시에 가깝다. 거래량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매출채권이 늘었고, 이를 유동화하기 위한 무역금융이 장부상 차입 증가로 나타난 탓이다.

결국 상환 압박이 없는 이 '착한 빚'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재무적 관건이 됐다. 지난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임한 한중희 상무로선 거래 확대 속도를 꺾지 않으면서도 현금흐름 변동성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신용거래를 지원하는 상사업의 특성상 현금흐름 변동성이 높은 편이다. 영업현금 흑자와 적자가 번갈아 반복된다. 특히 지난해는 9월 말 연결 영업현금이 5228억원 순유출되면서 근 30년 만에 최고 마이너스폭을 기록했다.

현금이 빠져나간 원인은 갑자기 불어난 운전자본에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운전자본투자액은 9월 말 기준 5972억원. 전년 동기의 3배에 가깝게 점프했다. 지난해 매출채권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25년 3분기 말 매출채권 총액을 보면 1조4748억원으로 전년 연말보다 4500억원 넘게 늘었다. 외형 성장이 계속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여겨진다. 지난해 현대코퍼레이션 매출은 7조5542억원으로 전년보다 8% 증가했다.

이처럼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무역회사는 사업구조상 매출채권이 두터워질 수밖에 없다. 보통 선적 서류를 먼저 제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서야 대금을 받는 기한부 신용장(Usance L/C)이나 D/A Nego(인수인도조건 네고)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국 장부상 매출은 빠르게 잡히는데 현금 유입은 늦어져 운전자본이 커진다.

현대코퍼레이션의 매출채권 회전기간 역시 2024년 45.8일에서 2025년 3분기 59.1일로 약 13일가량 길어졌다. 최근 계열사 의존을 줄이고 신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는 만큼 거래처 다변화 과정에서 회수기일을 늘렸다고 볼 수 있다.


매출채권 증가는 현대코퍼레이션의 차입규모도 확대로 이어졌다. L/C나 D/A 조건의 수출채권을 금융기관에 넘겨 만기 전 현금을 당겨쓰는 무역금융(팩토링) 영향이다. 소구 조건 등으로 신용위험이 금융기관에 이전되지 않으면, 회계상 매출채권 매각이 아니라 차입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현대코퍼레이션의 총차입금은 2024년만 해도 50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3분기 말 기준 1조2400억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전체 차입금 중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93%(1조1485억원)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단기성 차입금의 대부분인 1조94억원은 전부 매출채권을 담보로 융통한 무역금융이다. 바이어가 대금을 결제하면 차입금이 자동으로 청산되는 만큼 사실상 상환 부담은 매우 낮다. 회사 관계자는 “매출채권이 회수되면 바로 단기 차입금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무역금융을 제외할 경우 현대코퍼레이션의 총차입금은 2300억원 수준에 그친다. 그간 실질적인 빚이 크게 불었다기보단 산업의 특성상 외형 성장이 운전자본과 차입 확대로 나타난셈이다.

따라서 현대코퍼레이션의 성장 궤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CFO의 책임 역시 운전자본과 현금흐름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현대코퍼레이션은 오랫동안 CFO로 있던 김정식 전 재경실장(상무)이 떠나면서 새 재무책임자를 맞았다.

김 전 상무는 금융 자금담당 중역으로 있다가 2015년 상무보로 승진, 2018년부터 재경실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현대코퍼레이션이 인수한 차량 부품기업 ‘시그마’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한중희 재경실장(상무)이 후임으로 바통을 넘겨 받았다. 한 상무는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김정식 전 실장 휘하에서 회계팀장을 이끌던 인물이다. 재경실 아래 회계팀과 재정팀이 있으며 한 상무가 재경실장에 오르면서 회계팀장을 겸하고 있다. 재정팀장은 윤종찬 상무가 담당 중이다.

시장 관계자는 "현대코퍼레이션은 거래 조건 등에 따라 운전자본이 크게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현금흐름 관리가 중요한 구조"라며 "하지만 최근 현금창출력이 계속 확대되는 중인 만큼 앞으로 변동성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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