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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현대모비스, '현대차 출신'으로 다시 채운 CFO

현대차·현대모비스 CFO 영전 코스, 역대 CFO 5명 중 3명 현대차 출신

홍다원 기자  2025-07-02 15:59:01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현대모비스가 또 한 명의 현대차 출신 인사를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인 재경본부장
으로 선임했다. 김도형 CFO는 현대차와 현대건설을 거쳐 현대모비스 CFO를 맡았다. 이는 전임 박기태 CFO가 내부 출신인 점과 대비된다. 김 CFO를 포함해 역대 현대차 출신 현대모비스 CFO는 5명 중 총 3명이다.

특히 현대모비스 CFO 자리는 그룹의 요직으로 가는 등용문 역할을 한다. 앞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거친 전임 CFO들은 부사장·대표이사 등에 올랐다. 향후 신임 김 CFO의 성과와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현대건설 거친 '70년대생' 김도형 CFO

현대차그룹은 김도형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전무, 사진)를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으로 이동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김 전무를 포함해 지금까지 현대차를 거쳐 재경본부장에 선임된 인물은 총 3명이다. 역대 현대모비스 CFO 가운데 2명은 내부 출신, 3명은 계열사 출신이다.

1973년생인 김 전무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000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1년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건설로 합류했다. 현대건설에서만 14년 넘게 근무하며 경영분석팀, 재무관리실장을 겨쳐 2023년 말 재경본부장을 맡았다.


특히 김도형 CFO의 직급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대건설에서 현대모비스로 이동한 점을 고려하면 영전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모비스가 지분 구조상 그룹 전체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크게 4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구성돼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함께 모든 고리에 포함돼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의 초대 대표이사였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따라서 현대모비스의 역대 CFO들은 모두 오너와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을 맞췄다. 현대모비스 CFO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현대모비스 CFO 조직인 재경본부가 2013년 만들어진 이후 CFO를 역임한 3명(최병철·한용빈·배형근)은 사내이사로 정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과 이사회 결정을 함께 했다.

현대모비스 CFO의 인사 코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현대모비스 내부에서 성장한 경우와 현대차 등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은 경우다. 초대 CFO인 최병철 전 현대차증권 사장과 전임 CFO인 박기태 전무는 내부 출신이다.

1958년생인 최 전 사장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현대정공에 입사했다. 현대모비스 재무팀장, 재경실장, 재경사업장을 차례로 지냈다. 그는 2016년까지 현대모비스 CFO를 지낸 뒤 현대차 CFO를 거쳐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를 지냈다. 박 전무는 최 전 사장에 이은 두 번째 내부 출신 인사다.

◇현대차 출신 CFO, 부사장·대표이사로 영전

박 전무가 내부 출신이었던 것에 반해 신임 김 CFO는 현대모비스가 아닌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현대모비스로 합류했다. 김 CFO 외에도 한용빈 전 현대차 기획조정3실장(부사장)과 배형근 현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도 현대차 출신이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출신 CFO를 선임한 것은 박 전무 취임 이후 1년 반 만이다.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차 출신 CFO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앞선 현대차 출신 2명의 전임 CFO가 부사장·대표이사급으로 영전했기 때문이다. 최 전 사장도 현대모비스 CFO를 거쳐 현대차 CFO를 맡았다.


한용빈 전 부사장은 역대 CFO 중 다른 계열사에서 CFO로 근무하다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옮긴 유일한 인물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 기획관리팀장·종합경영분석팀 등을 거쳐 2013년 현대글로비스 CFO를 맡았다. 현대모비스 CFO를 역임한 이후 친정인 현대차로 돌아가 기획조정3실장을 맡다가 지난해 말 퇴임했다.

배형근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기아 총무팀(비서)과 현대차 총무팀(비서)를 거쳤다. 현대차에서 기획실장, 기업전략실장을 역임한 후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을 맡았다. 배 대표는 현대모비스 대표 장수 CFO로 꼽힌다. 이후 현대차증권 대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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