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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

'단골손님' CJ CGV, 조달전략 엇박자에 고민 커진 IB

공모채·신종자본증권 동시 발행 논의, 북클로징 앞두고 '쉽지 않네'

김슬기 기자  2023-11-10 07:24:47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CJ CGV가 올해 막바지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국내 투자은행(IB)들을 고민에 빠지게 하고 있다. CJ CGV는 매년 자본시장을 찾는 '단골손님'이지만 지속적인 조달로 인해 피로도가 높은 기업 중 하나다. 최근에는 공모 회사채 조달과 더불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대해서도 의견을 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서는 공모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이 비슷한 시기에 발행할 경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발행에 참여하지 않는 여타 증권사 IB들 역시 올해 CJ CGV 행보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 CJ CGV, 공모 회사채 발행은 확정…신종자본증권 간보기?

IB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최근 증권사 IB들과 만나 연말 공모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대해 논의했다. 공모 회사채의 경우 이달 안으로 2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만기구조 역시 여러 개로 가져갈지 단일로 할지 논의했으나 2년물 단일물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금리 밴드는 논의를 하고 있다.

이번 공모 회사채 발행에는 KDB산업은행이 수요예측에 들어오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하면서 주관사단의 부담을 줄였다. 다만 직전 공모 회사채 발행이었던 2020년 12월을 고려하면 미매각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개별 증권사의 부담이 적지 않다. 또한 시기상 기관투자자들의 북클로징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J CGV 측은 비슷한 시기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CJ CGV가 연말 신종자본증권 차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발행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으나 일반 공모채와 시기가 겹치는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CJ CGV는 오는 12월에만 3800억원 규모의 채무상환을 해야 한다. 2020년말에 발행한 2000억원 공모채의 만기가 12월 15일에 돌아온다. 12월 8일에는 공모 신종자본증권 1600억원, 같은 달 23일 사모 신종자본증권 200억원도 갚아야 한다.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표면상 만기는 30년이었으나 2년 스텝업 조항이 붙어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 일반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동시에 비슷한 시기에 진행할 경우 둘 다 잘 안될 가능성이 높다"며 "함께 발행을 할 생각이었으면 발행시점을 조율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이달에 북클로징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11월에 공모채를 찍고 12월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 여전히 남은 영구 CB 악몽, 미래에셋증권은 주관사 포기?

올해 CJ CGV는 연말까지 막바지 조달에 나설 예정이지만 이미 시장성 조달을 한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415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CJ CGV는 해당 자금 중 2253억원을 채무상환에 쓰고 9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1000억원을 사용한다.

이미 유상증자로 채무상환 자금을 일부 확보했음에도 적극적으로 조달을 하는 것이다. CJ CGV는 올해 뿐만 아니라 매년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을 찾는다. 그만큼 자본시장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무리한 요구와 과거 발행한 영구 전환사채(CB)의 상흔이 남은 탓이다.

2022년 발행한 영구 CB(4000억원)의 경우 3688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당시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었고 인수단에는 NH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이 들어갔다. 미매각 물량을 주관사와 인수단이 떠안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유상증자까지 진행하면서 손실 규모를 키웠다.

여기에 올해 유상증자 주관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영구 CB 주관사와 인수단을 배제하면서 IB업계에 소문이 파다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유상증자에 대해 주요사항보고서가 나가기 직전까지도 몰랐다고 들었다"며 "CJ CGV 때문에 손실이 큰 상황에서 주관사로 참여를 하든 안 하든 미리 언질을 줬어야 한다"고 밝혔다.

CJ CGV는 이번 공모 회사채 발행에서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려고 했으나 증권사 측에서 이를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이뤄졌던 미래에셋증권 인사 때 CJ CGV 영구 CB를 담당했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이동하게 되면서 현실적으로 일반 공모채 발행을 담당하기 어려웠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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