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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SK스페셜티, 반도체 불황에 대규모 배당 후유증 겹쳐

모회사에 1500억 배당 지급, CAPEX 소요 겹치며 차입금 급증

이민호 기자  2024-01-26 08:11:08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SK스페셜티가 모회사 SK에 대한 대규모 배당 이후 재무건전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거래처인 반도체 제조사들의 감산으로 현금흐름이 위축된 가운데 대규모 배당과 자본적지출(CAPEX) 소요가 겹치며 차입금을 대거 끌어들인 탓이다.

◇작년 차입금 급증…부채비율 220% 상회

SK스페셜티의 전신은 SK머티리얼즈다. SK가 2016년 2월 OCI로부터 SK머티리얼즈(당시 OCI머티리얼즈) 경영권 지분 49.1%를 4703억원에 사왔다. 2021년 12월 SK머티리얼즈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한 곳이 SK스페셜티다. 남은 지주부문은 SK가 흡수합병하면서 SK스페셜티 지분 100%를 SK가 보유하게 됐다.


SK스페셜티의 주력 제품은 반도체 특수가스다. 반도체 세정가스로 이용하는 삼불화질소(NF3)와 반도체 증착가스로 이용하는 육불화텅스텐(WF6)이 포함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반도체 또는 디스플레이 제조사를 주요 매출처로 두고 있다.

SK머티리얼즈 사업부문 분할 때 차입금을 포함한 대부분 부채를 가져왔기 때문에 애초 SK스페셜티의 부채 부담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출범 직후인 2021년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19.4%였다. 부채 대부분이 차입금인 탓에 차입금의존도가 59.3%로 높았다.

하지만 2022년 우수한 영업실적으로 16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주요 거래처의 반도체 생산 확대가 결정적이었다. 2022년 말 자본총계가 5027억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을 150.1%까지 낮췄다. 차입금의존도는 47.4%까지 하락했다.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을 5960억원으로 1년 만에 495억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개선될 듯하던 재무건전성은 지난해 다시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해 3분기말 총차입금이 8353억원으로 3개 분기 만에 2393억원 늘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2021년 말보다 높은 223.5%와 62.4%로 각각 상승했다.


차입금 구성을 보면 사채(유동·비유동 합산)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 말 사채 미상환잔액은 5789억원으로 3개 분기 만에 1199억원 늘었다. 지난해 6월 2년 만기 400억원과 3년 만기 1100억원으로 합산 15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한 점이 주효했다.

단기차입금도 1734억원으로 842억원 늘었다. 운전자금 용도의 차입이 두드러졌다. 장기차입금도 770억원으로 370억원 증가했다. 시설자금과 해외투자자금 용도의 차입이 늘었다.

◇배당금 1500억 지급에 자본 위축…자본적지출 소요 지속

차입금 급증에는 기본적으로 2022년보다 부진한 영업실적이 바탕이 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598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에 미치지 못했다.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의 감산과 재고조정으로 SK스페셜티 실적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차입금 증가를 부추긴 것은 모회사 SK의 대규모 배당 요구였다. 지난해 SK스페셜티가 지주사 SK에 지급한 배당금은 1500억원에 이르렀다. 2022년 SK스페셜티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1610억원) 대부분을 가져갔다. 이 때문에 자본총계가 4137억원으로 세 분기 만에 890억원 감소했다.


여기에 2022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CAPEX 소요에 발목이 잡혔다. 2022년 주력 제품인 NF3과 WF6 생산설비 증설로, 2023년부터는 반도체 증착가스의 일종으로 실리콘(Si) 절연막과 반사방지막 형성에 사용되는 모노실란(SiH4) 생산설비 증설로 각각 CAPEX 소요가 늘었다.

배당금 지급과 CAPEX 소요가 겹치면서 SK스페셜티는 총차입금 급증에도 현금성자산을 거의 남기지 못하고 있다. 2022년 말 414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3분기말 437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만큼 차입한 금액의 사실상 전부를 곧바로 자금 소요에 투입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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