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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2년 전으로 회귀한 LG엔솔, 주가 반등 예상 시점은

불황에 설비투자 축소…배당 등 적극적 주주환원 쉽지 않을 듯

박완준 기자  2024-04-24 16:37:53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올 초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인 이달 8일 장중 52주 최저가인 35만8000원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는 보호예수 물량 해제를 앞두고 '물량 폭탄' 우려에 주가가 떨어진 2022년 7월 4일(35만2000원)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지난해 1월부터 미래 성장기업으로 평가받으며 연일 신고가를 갱신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차전지 증시를 견인할 주도주로 지목되며 42만원 수준의 주가가 3개월 만에 61만원대까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 여파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구간에 진입해 주가는 47만원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난해 7월 장중 고점(62만원) 대비 23% 하락한 것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 하락은 올해 유독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반등 한번 없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주가는 8거래일 만에 13% 떨어지며 5~60일선 지지대가 모두 무너졌습니다. 52주 최저가도 갱신했습니다.

주가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계가 순매도하며 나타났습니다. 이 기간 외국인은 8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 총 31만7985주를 팔아치웠습니다. 규모는 약 1176억원입니다. 기관계도 같은 기간 총 33만1949주를 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었습니다. 다만 개인은 65만주 이상을 매수하며 외국인·기관계와 반대 양상을 보였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1년간 주가흐름표.
◇Industry & Event

LG에너지솔루션이 올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1287억원, 157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9%, 75.2% 급감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혜택 1889억원을 제외하면 31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영업 적자는 충당금으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2021년 3분기 이후 처음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부진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수요 둔화의 여파로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럽 전기차 시장 둔화와 중국 기업 진출로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고정비 부담이 수익성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주요 메탈가격 하락에 따른 원재료 투입 가격 시차(래깅) 영향 등이 지속된 부분도 실적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원료인 수산화리튬의 가격 회복이 더딘 부분이 눈에 띕니다. 수산화리튬 가격은 이달 중순까지 kg당 110.50위안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초 대비 26.6% 상승한 가격이지만, 지난해 6월 305.5위안과 비교할 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실적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실제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약 1641만대로 전년 대비 16.6%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 성장률 33.5%보다 16.9%포인트 감소한 수준입니다.

다만 전기차 밸류체인 사이클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전기차 사이클은 원자재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 이후 배터리 판가 하락까지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이후 전기차 가격이 인하되며, 전기차 수요 증가까지 발생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현재 전기차 가격 인하 단계까지 도달한 만큼 올해는 전기차 수요 증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Market View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이 캐즘 구간을 벗어나는 시기를 올 하반기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적 부진은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해 주가 반등도 하반기를 기대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1분기 잠정 실적이 발표된 후 목표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3곳입니다. 모두 목표치를 유지했습니다.

목표주가를 가장 높게 책정한 곳은 유안타증권입니다. 투자의견 '매수' 목표가 53만1000원을 유지한 유안타증권은 상반기에도 이익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하반기에는 수요 확대가 기대되며 원통형 4680 배터리 관련 수주 모멘텀 등이 기대된다고 언급했습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목표주가는 51만원,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부진한 1분기 잠정 실적은 예견된 부분이며, 이차전지 판가는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엔 안정화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자동차용 전지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40% 성장이 예상되나, 판가가 전 분기 대비 20% 하락하며 부정적 래깅효과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리튬가격이 바닥을 잡고 10% 이상 반등한 상황에서 판가는 2분기 저점을 형성한 뒤 하반기에 안정화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IBK투자증권도 투자의견을 '매수', 목표주가 50만원을 유지했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회복에 따른 중대형 전기차 및 소형전지 출하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울러 견조한 북미향 전기차 수요에 더해 유럽향 전기차 출하량 회복이 실적 회복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Keyman & Comments

LG에너지솔루션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창실 부사장(사진)입니다. 1964년생인 이 CFO는 경희대 산업공학과, 핀란드 알토대(전 헬싱키경제대) 대학원을 나왔습니다. 이후 1988년 LG전자에 입사해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 CFO는 LG전자에서 재무회계와 경영기획, 해외업무까지 두루 경험하면서 경영관리 전반에 대한 능력을 키웠습니다. 그는 2010년 인도법 경영관리팀장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으로 발탁됐습니다. 이후 이 CFO는 2019년 LG화학 전지·경영관리 총괄부터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CF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까지 올라섰습니다.

더벨은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 하락 원인과 부양 계획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이 CFO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는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IR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IR 관계자는 주가 하락 원인에 대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매출 성장률 30%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한 자릿수 중반대로 예상된다"며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의 출하량이 점진적으로 줄어들며 폴란드 공장 가동률도 내려가는 등 시황 악화가 지속된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투자와 현금 확보 전략에 대해서는 "지난해 설비투자로 약 11조원을 집행했지만, 올해는 증설 속도를 조절해 전년보다 적은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1조6000억원 규모의 달러 회사채 발행을 통해 투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에 대해서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결손금이 있는 상태"라며 "배당 조건에 충족되지 않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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