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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시장 선도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이 가운데 미래 수익 창출 가능성이 인정된 부분은 자산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은 비용, 수익 창출 효과가 기대 이하인 부분은 손상 처리된다. 더벨은 R&D 지출 규모와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및 성과를 들여다봤다.
LG화학이 2035년까지 10년간 15조원의 금액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단순 계산 시 한해에 평균 1조5000억원의 자금이 R&D에 들어간다. 최근 3년간 평균 1조원 정도의 R&D 자금(LG에너지솔루션 제외)을 집행한 LG화학이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R&D에 승부수를 걸었다는 평가다. 미래투자 재원으로는 역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이 거론된다.
LG화학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R&D 비용을 증액했다. 연결 기준 2017년 8971억원의 금액을 R&D에 투입한 회사는 그 규모를 매년 늘려 지난해 2조4000억원 규모의 금액을 R&D 비용으로 처리했다. 2020년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 이 자회사의 R&D 비용을 제외한 수치로도 LG화학의 R&D 비용은 2021년 7330억원에서 지난해 1조580억원으로 4년간 44.3% 증가했다.
이번 15조원 R&D 투자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의 R&D 비용을 제외하고 수립한 계획이다. LG화학은 R&D 비용(LG에너지솔루션 제외)이 1조원을 넘어선 2023년부터 3년간 연평균 1조670억원의 자금을 투입 중인데 그 규모를 연평균 1조5000억원으로 50% 늘려 10년 동안 총 15조원을 R&D에 쓸 방침이다.
특히 반도체·모빌리티·로봇 등 미래 유망산업에 투자금의 70%를 배정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한다. 석유화학에 치중한 사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한 투자 로드맵인 만큼 첨단소재와 생명과학 분야의 R&D 비용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LG화학이 투입한 R&D 비용(1조580억원)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인 3730억원이 생명과학 사업에 들어갔고 그 다음이 첨단소재(2690억원) 사업이었다. 석유화학 사업의 경우 3년간 연평균 2300억원 수준의 R&D 비용을 썼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분할 이후 중장기 R&D 투자 계획을 구체적인 수치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신학철 부회장 재임 시절 2025년까지 3대 신성장동력(전지소재·친환경·혁신신약)에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시에는 신증설 설비투자와 같은 자본적지출(CAPEX)이 중심이었다. 반면 올해 김동춘 사장 체제로 전환하면 회사는 R&D 투자에 방점을 찍고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성장 투자 자금의 재원으로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꼽을 수 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말 LG에너지솔루션 지분 2.5%에 해당하는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통해 2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여기에 추가로 여전히 80%에 육박하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70% 수준까지 떨어뜨려 유동화할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지분 매각 후 확보한 자금의 10%는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90%는 미래 성장 투자 및 재무건전성 개선에 활용하겠다는 자금 전략을 수립했다. 다만 업황 불황과 대외 불확실성 심화로 수익성이 감소하며 보수적인 CAPEX 기조를 보인 회사가 유동화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가이드는 나오지 않았던 상황이다.
이번 R&D 15조원 투입 계획 수립으로 신성장 투자 의지를 재차 내비친 만큼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유동화 자금이 순차적으로 R&D 자금으로 쓰일 전망이다. 현재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지분율은 79.38%다. 이를 70%까지 유동화하면 23일 종가(36만2000원) 기준 7조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주식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릴 것을 우려해 지분 유동화 기한을 향후 5년으로 잡은 상태다. 회사 입장에선 중장기적으로 필요시 R&D 재원을 조달할 창구를 마련하며 투자 계획을 수립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