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2022년부터 시작된 불황으로 인해 차입 부담이 커지고 이익 창출능력은 약화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4사를 살펴보면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3개사가 시장 기준보다 높은 수준의 레버리지 부담을 안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레버리지 부담이 유독 큰 편으로 나타났다. 공통적으로 차입금이 늘어난 가운데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이익 창출능력 약화 정도가 LG화학 대비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사는 한 해 이익 창출력이 이자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2년째 지속됐다.
◇금호석유화학, 차입 커버리지 홀로 안정적 THE CFO는 2021~2025년 국내 화학 4사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를 연결기준으로 조사했다. 2025년 말 기준으로 금호석유화학이 마이너스(-) 0.1배로 유일한 1배 미만을 기록했다. EBITDA가 5893억원, 순차입금이 -806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차입금/EBITDA 배수는 기업의 차입금 등 레버리지에 대한 커버리지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다. 이 지표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한 해 만들어내는 EBITDA만으로 현재 안고 있는 순차입금을 없앨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레버리지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조사 대상 5년 내내 지표가 1배 미만을 보였으며 이 중 2024년을 제외한 4년은 마이너스, 즉 실질적 무차입이었다.
순차입금/EBITDA 배수는 업종마다 다른 기준이 통용된다. 석유화학의 경우 대체로 3~4배 미만일 때 안정적으로 여겨진다. 다만 화학 4사의 경우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하면 작년 말 기준으로 이를 충족하는 곳이 없었다. LG화학이 4.8배로 그나마 안정적 기준에 근접했을 뿐 롯데케미칼은 23.0배, 한화솔루션은 30.1배를 각각 기록해 안정적 기준을 크게 상회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모두 호황이었던 2021년 이후 EBITDA의 감소와 순차입금의 증가 추세가 동시에 나타났다. 롯데케미칼은 2025년 말 기준 EBITDA가 2897억원, 순차입금이 6조6657억원으로 2021년 대비 EBITDA가 87.8% 급감한 반면 순차입금은 1733.8%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은 EBITDA가 4195억원으로 69.8% 감소했고 순차입금은 12조6260억원으로 173.1% 증가했다.
불황으로 인해 EBITDA의 극적 개선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자연히 화학사들의 과제는 순차입금의 축소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총차입금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유 현금성자산을 늘리는 것으로도 달성이 가능하다. 업계가 자본적지출(CAPEX)의 축소와 비핵심자산의 매각, 기초소재 생산설비의 통합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분주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경우 실제 차입금을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로 분석된다. 양사의 EBITDA가 순차입금의 부담을 흡수하기는커녕 이자비용조차 충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이자비용 관리 '분투' THE CFO가 국내 화학 4사의 이자비용 대비 EBITDA 배수를 연결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금호석유화학이 13.5배로 가장 높았다. LG화학이 3.9배, 한화솔루션이 0.8배, 롯데케미칼이 0.7배로 뒤를 따랐다.
EBITDA/이자비용 배수는 기업의 이자부담에 대한 커버리지 역량을 측정하는 지표다. 이 지표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한 해 EBITDA로 차입 원금의 상환은커녕 이자비용조차 전액 커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여기에 해당한다. 양사 모두 2021년 정점을 기록한 뒤 지표가 하락 추세를 보이며 2024년부터 1배 미만에 머물렀다.
다만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이자비용 추이를 살펴보면 양사 모두 2021~2024년에 걸친 증가세에 지난해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 롯데케미칼은 2025년 이자비용이 40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억원,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은 이자비용이 5394억원으로 90억원씩 각각 줄었다. EBITDA 증대가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지표 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과거 이 지표의 하락으로 인해 신용도에 직접적인 압력을 받기도 했다. 2024년 11월 롯데케미칼은 사채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 발생을 공시했는데 이는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 EBITDA/이자비용의 최근 3개년 평균치가 5배를 밑돌면서 14개 회차, 총 2조450억원 규모의 사채관리계약서에 명시된 재무비율 유지 의무를 위반하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채권자 집회를 거쳐 해당 사채의 관리계약서에 명시된 EBITDA/이자비용 관련 재무 약정을 삭제하는 대신 0.1%의 특별이자 지급을 명시하고 은행권 보증까지 더해 위기를 넘겼다. 이 지표를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을 방증하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