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재무체력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화솔루션은 주요 4개사 가운데 가장 높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를 기록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차입 부담 관리 구간에 들어선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했다.
◇한화솔루션, 재무구조에서 드러난 유상증자 필요성 THE CFO는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화학 4사의 2021~2025년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를 연결기준으로 조사했다. 한화솔루션이 2025년 말 부채비율 196.3%, 차입금의존도 46.1%로 두 지표 모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의 부채와 차입금 추이를 살펴보면 2023~2024년이 변곡점으로 나타난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 말 총부채 15조5102억원, 총차입금 9조5604억원에서 이듬해 총부채가 19조4300억원, 총차입금이 13조25억원으로 각각 25.3%(3조9198억원), 36%(3조4421억원)씩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과 금액 모두 조사 대상 5년 중 가장 큰 변동폭이었다.
한화솔루션은 2020~2022년 3년 동안 해마다 자본적지출(CAPEX)을 1조원 미만으로 집행했으나 2023년 CAPEX가 2조4111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4년에는 3조4190억원으로 치솟았다. 2025년에도 2조175억원으로 지출이 적지 않았다.
반면 이 기간 실적은 2023년 순손실 882억원, 2024년 순손실 1조3690억원, 2025년 순손실 6153억원으로 3년 내내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이 부진한 시기에 설비투자를 늘린 전략적 판단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한화솔루션은 당면한 재무적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나 진행이 순조롭지는 않다. 최초 2조3976억원의 증자 계획이 주주들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하자 조달 금액을 1조8144억원으로 축소했으나 여전히 금융감독원의 신고서 정정요구에 가로막혀있다.
한화솔루션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손익 부담을 덜기 위한 실마리를 모색하는 중이기도 하다. 앞서 3월 DL케미칼과 50대 50으로 합작 운영 중인 여천NCC의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롯데케미칼과 통합 운영하는 구조조정안을 정부에 제출하고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여천NCC의 실적은 지분법을 통해 한화솔루션의 실적에 반영된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년간 여천NCC로 인해 약 4000억원에 이르는 지분법 손실을 봤다.
◇LG화학·롯데케미칼 차입 경고등, 금호석유화학은 '무풍지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2025년 말 부채비율이 각각 114.5%, 76.5%로 집계돼 한화솔루션의 뒤를 따랐다. 양사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실적의 기초소재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화학 불황이 사작된 2023년을 경계로 부채비율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으로 파악된다.
2025년 말 차입금의존도는 LG화학이 35.8%, 롯데케미칼이 30.9%로 각각 집계됐다. 양사 모두 안정적 기업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30%를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넘어서면서 관리가 요구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에 양사도 한화솔루션과 마찬가지로 NCC 구조조정을 통한 손익구조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LG화학은 대산 산업단지에서 한화토탈에너지스와, 여수 산업단지에서 GS칼텍스와 각각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NCC 운영을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한화솔루션·DL케미칼과의 협력 이외에도 대산 산업단지에서 HD현대케미칼과의 NCC 통합을 추진 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025년 말 부채비율 35.7%, 차입금의존도 11.9%로 두 지표 모두 화학 4사 중 가장 낮았다. 부채비율의 경우 2025년의 수치가 조사 대상 기간 5년 중 가장 낮았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다.
최근 석유화학업계 불황의 근본적 원인은 중국 화학사들의 NCC 증설 및 가동률 상승과 그로 인한 에틸렌 등 기초소재의 공급 과잉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실적의 기초소재 의존도가 낮은데다 화학 4사 중 유일하게 NCC를 운영하지 않는다. 이 덕분에 불황에도 재무체력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석유화학은 2023년 4470억원, 2024년 3486억원, 2025년 2909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거뒀다. 연간 순이익이 감소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4사 중에서는 가장 두드러지는 성적이다. 금호석유화학은 4사 중 유일하게 이 3년 동안 단 한 해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