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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롯데케미칼, 커져만 가는 차입부담…자산 경량화 동분서주

[석유화학]지속 투자에 차입금 의존도 30% 돌파…1년 새 2조 이상 자산매각

강용규 기자  2025-08-14 08:32:02

편집자주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체질개선을 강요받고 있다. 그간 이익의 중심축이 된 기초 화학제품이 중국과 산유국의 공세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어서다. 사별 전략이 제각각인 가운데 이에 필요한 유동성을 적기에 확보해야 한다는 공통의 과제가 있다. THE CFO는 석유화학사들의 체질개선 전략과 이를 위한 재무적 움직임을 유동성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롯데케미칼은 LG화학과 함께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 기초제품분야의 양대산맥이다. 때문에 LG화학이 추진하는 석화 '탈기초'의 전략이 롯데케미칼에서도 똑같이 추진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강력한 탈기초 투자를 지속해 온 반대급부로 차입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게다가 남은 투자도 적지 않다. 이에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비주력 자산의 매각은 물론이고 생산설비를 합작사와 통합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자산 경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기초화학 3년 누적적자 2조↑…의존도 낮추기 투자 지속

롯데케미칼은 2025년 2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1971억원, 영업손실 2449억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영업손실 2726억원을 낸 2023년 4분기부터 7분기 연속 적자다.

적자의 원인은 기초화학부문의 수익성 악화다. 롯데케미칼 기초화학부문은 연간 기준으로 2021년 영업이익 1조2298억원을 거둔 뒤 2022~2024년의 3년 동안 누적 영업손실이 2조1832억원에 이른다. 올들어서도 상반기 누적 기준 3294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등 기초유분 생산설비인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여수에 2기, 대산에 1기 등 총 3기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와 합작해 설립한 HD현대케미칼의 1기까지 포함하면 4기로 업계의 '맞수' LG화학의 3기보다도 많다.

기초유분의 생산 역량은 과거 롯데케미칼의 수익성을 지탱하는 원동력이었다. 롯데케미칼은 기초유분 생산품을 다운스트림 화학제품의 원재료로 활용하는 동시에 여유물량을 중국 등 해외에 수출해왔다. 그러나 2022년을 전후로 중국산 저가 기초유분이 시장을 점령하면서 강점이었던 기초유분 생산 역량이 오히려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부문에 매출의 70% 이상을 의존한다. 때문에 이 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를 이전부터 지속해 왔다. 2020년 이후로만 따져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7000억원, 인도네시아 석화단지 조성사업인 ‘라인프로젝트’ 완공에 7억7400만달러가 소요됐다.

그 외 전남 순천과 광양의 컴파운드 공장 건설(3061억), 스페인 동박공장 증설(5600억원), 미국 양극박 합작사업(1억9000만달러), 인천 식의약용 셀룰로스 생산라인 증설(790억원) 등 아직 진행 중인 투자도 조단위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들이 결실을 맺기도 전에 중국발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했다. 이제 롯데케미칼은 2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기존 투자들의 완수를 통해 기초화학부문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과 누적된 투자 부담 해소 및 향후 투자 지속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다.

◇4년 사이 EBITDA 83% 급감, 비주력자산 매각으로 유동성 보전

THE CFO 집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24년 말 기준 총차입금이 10조240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3조3736억원에서 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에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 역시 17.4%에서 30.9%까지 높아지면서 안정적 기업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30% 선을 넘어섰다.

롯데케미칼은 이전부터 현금성자산(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을 많이 보유하는 재무 전략을 고수해 왔다. 2010년대에는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을 앞서는 순현금의 구조를 유지했으며 2020년까지만 해도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이 3015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순차입금이 7조2328억원까지 불어났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2조3684억원에 이르렀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3966억원까지 축소된 상태다. 현 수준의 이익 창출능력만으로는 눈앞의 차입 부담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계속되는 탈기초 투자의 부담 가중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자본적지출(CAPEX) 집행 투자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앞서는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FCF) 상태다.

(자료=THE CFO)

이에 올들어 롯데케미칼은 비주력 자산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여념이 없다. 앞서 2월 롯데케미칼파키스탄의 지분 전량(75.01%)을 979억원에 매각했고 3월에는 롯데케미칼인도네시아 지분 25%의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통해 6500억원을 조달했다.

4월에는 일본 화학사 레조낙의 보유지분 4.9%를 매각해 2750억원을 확보했고 7월에는 수처리사업을 시노펙스에 매각했다. 수처리사업의 경우 비밀유지 조항으로 인해 매각 대금이 공개되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해 미국 법인 LCLA의 지분 40%를 활용해 조달한 6600억원까지 합치면 1년 사이 2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HD현대케미칼과 NCC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팔리지 않는 기초유분을 생산해 손실을 더하느니 차라리 일부 설비의 셧다운을 통해 고정비 부담이라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도 여수 NCC 2공장의 매각을 1년 넘게 추진하고 있으나 진전이 없다"며 "화학사들끼리의 NCC 통합 운영은 큰 폭의 수익성 개선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업계 차원의 구조 개편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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