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지난해 국내 화학 4사 가운데 유일하게 잉여현금흐름(FCF) 흑자를 냈다. 2024년부터 설비투자(CAPEX)를 줄이며 현금유출을 통제한 영향이다. 업황 악화 속에서도 호황기 벌어들인 현금 범위 내에서 지출을 관리한 점이 다른 3사와 갈렸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2021년 코로나19 이후 수요 반등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영업활동을 통해 대규모의 현금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제품 공급과잉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업황이 급격하게 뒤집히는 시기에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화학 4사는 자본적지출(CAPEX)을 확대했으며 이는 재무 부담을 키웠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은 다른 3사 대비 보수적인 CAPEX 집행을 통해 잉여현금흐름(FCF)을 온전히 지키는 성과를 거뒀다.
◇화학 4사, 영업현금 줄었지만 투자는 확대 THE CFO는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화학 4사의 2021~2025년 순영업현금흐름(NCF)과 CAPEX 집행액, FCF를 연결기준으로 조사했다. 4사 모두 2022년의 NCF가 2021년 대비 현격하게 줄어드는 공통점을 보였다.
LG화학은 2022년 NCF가 5699억원으로 전년 대비 89.7%(4조9399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은 88.3%(8752억원) 감소한 1157억원, 금호석유화학은 75.9%(1조6135억원) 줄어든 5135억원의 NCF를 기록했으며 롯데케미칼은 NCF가 1조4862억원에서 -16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후 4사는 2025년 기준으로 2021년 수준의 NCF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2024년 1조5424억원의 NCF를 기록했으나 2025년 4889억원으로 재차 감소했고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6550억원의 적자, 금호석유화학은 7153억원에 머물렀다.
LG화학의 경우 NCF가 2023년 7조5365억원으로 2021년의 5조5098억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8조2339억원으로 최근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이차전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별도기준 LG화학의 NCF는 지난해 3조1821억원으로 2021년의 4조418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영업 현금 창출력이 약화하는 가운데서도 화학사들은 CAPEX를 확대했다. LG화학은 CAPEX가 2021년 5조9025억원에서 지난해 13조8567억원까지 불어났으며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7753억원에서 1조6346억원으로, 한화솔루션은 8227억원에서 2조175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4사 중 금호석유화학은 예외다. 2025년 CAPEX가 1956억원으로 2021년의 3550억원을 하회했다. 2023년까지는 설비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며 CAPEX를 5902억원까지 늘렸으나 이후 다시 지출을 축소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사들은 2021년 호황 이후 포트폴리오 다각화나 규모의 경제 확보 등 각자의 전략대로 투자 확대에 나섰으나 업황의 급격한 하강 전환으로 이제는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최근 각 산업단지에서 추진되는 NCC(나프타 분해설비) 구조조정 역시 현금 유출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만 달랐다…CAPEX 조절로 FCF 방어 FCF는 NCF에 CAPEX 집행금액과 배당 지급액 등 지출을 반영한 수치다. 기업이 경상적으로 창출해내는 여유분의 현금을 의미한다. 2025년 금호석유화학이 4622억원으로 4사 중 유일한 흑자 FCF를 보였으며 LG화학은 -5조8494억원, 롯데케미칼이 -1조2289억원, 한화솔루션이 -2조8384억원의 현금 유출을 각각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2022~2024년 3년 동안은 해마다 FCF가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다만 이 기간에도 CAPEX 및 배당금 지출을 보수적으로 관리했다. 2022~2024년 금호석유화학의 FCF 총합은 -4925억원이다. 2021년 FCF 1조6562억원을 기록했음을 고려하면 업황 악화 시기의 지출이 호황기의 수입을 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다른 3사의 FCF 추이와 비교하면 금호석유화학의 보수적인 잉여현금흐름 관리 전략이 더욱 부각된다. 먼저 LG화학은 조사 대상 기간인 2021~2025년에 걸쳐 연간 FCF가 모두 마이너스였으며 합계는 -31조217억원이다.
롯데케미칼은 2021년 FCF가 5516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이후 4년간(2022~2025년) 총 8조3306억의 FCF 순유출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은 2021년 FCF가 1682억원을 기록했으나 이후 4년 동안 8조5286억원의 FCF 순유출을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보수적 경영 기조로 잘 알려져 있다. 2025년 사업보고서상 연결기준 금호석유화학의 설비투자계획은 자회사 금호폴리켐이 2028년까지 진행하는 280억원 규모의 특수합성고무 TPV 생산라인 증설투자뿐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025년 말 기준 차입금의존도가 11.9%로 화학 4사 중 가장 낮다. 나머지 3사는 모두 안정적 기업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30%를 상회했다. 경상적인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재무전략이 불황기 차입 관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