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주요 4개사들 중 금호석유화학의 차입 부담이 가장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 순차입금이 4사 중 유일한 마이너스(-)로 실질적 무차입경영 상태다.
다른 3개사는 모두 2025년 말 기준 플러스(+) 순차입금을 기록했으며 규모도 호황기였던 2021년 대비 불어났다. 다만 3개사 중에서도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말 순차입금이 전년 대비 감소해 나머지 2곳과 달리 1년 사이 차입 부담이 줄었다. 현금성자산을 활용해 차입금 규모를 축소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석유화학, 차입 부담 양적·질적 관리 성과 THE CFO는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화학 4사의 2021~2025년 총차입금과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을 연결기준으로 조사했다. 4사 모두 2025년 말 순차입금이 2021년 대비 확연하게 증가했지만 금호석화는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이 -80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대비 6499억원 불어나기는 했으나 4사 중 유일한 실질적 무차입이다. 작년 말 총차입금이 1조80억원, 현금성자산이 1조887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금호석유화학의 순차입금은 2021년 -7305억원에서 2022년 -3542억원, 2023년 -1064억원으로 현금 우위 기조가 갈수록 약해졌으며 2024년에는 1649억원으로 차입이 우위를 보이기도 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석유화학 불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은 2025년 영업에서의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전년 대비 개선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2024년 -1909억원에서 지난해 462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 점이 실질적 무차입경영을 1년 만에 회복한 원동력으로 파악된다. 이 기간 금호석유화학은 총차입금이 628억원 늘었지만 현금성자산 보유금액은 3084억원 증가해 차입금이 늘어난 영향을 지웠다.
금호석유화학은 2024~2025년의 1년 사이 실질적 무차입경영을 회복했을뿐만 아니라 차입 구조를 장기화하는 성과도 거뒀다. 2025년 말 금호석유화학은 단기성차입금(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 등)이 4416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한 반면 장기성차입금(장기차입금과 사채 등)은 5664억원으로 18% 증가했다.
차입 구조의 장기화는 눈앞의 상환 부담을 장기간에 걸쳐 분산해 재무적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총차입금 증가에 따른 차입 부담 증대분을 그 이상의 현금 여력 증대로 흡수하는 양적 측면의 관리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차입 부담을 완화하는 질적 측면의 관리까지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LG화학·한화솔루션 차입 증가세 지속, 롯데케미칼은 '제동'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3개사는 모두 2021~2025년에 걸쳐 현금 대비 차입 우위의 기조가 더욱 짙어졌다. LG화학은 순차입금이 2021년 10조9403억원에서 지난해 22조9092억원으로 109.4% 증가했고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은 4조6237억원에서 12조2005억원으로 163.9% 급증했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실질적 무차입경영을 지속하는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2021년 말 기준으로도 순차입금 -8165억원의 실질적 무차입 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나 석화 불황이 본격화한 2022년 순차입금이 2조6045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차입 우위 상태에 들어섰다. 2025년 말 기준으로는 6조9101억원까지 불어났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2025년 말 순차입금 6조9101억원은 전년 말의 7조1941억원 대비 2840억원 줄어든 수치다. 최근 1년만 놓고 보면 차입금의 양적 부담이 줄었다. 이 기간 현금성자산 보유금액이 7658억원 줄었지만 총차입금이 1조497억원으로 더 많이 감소한 덕분이다. 현금성자산을 활용해 차입금을 일부 상환했다고 볼 수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대부분의 화학사들이 차입을 늘려서라도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화학 4사 중 롯데케미칼을 제외한 3개사가 최근 1년 사이 총차입금과 현금성자산 보유금액이 동시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금의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상환을 우선한 것은 4사 중 롯데케미칼뿐이다.
롯데케미칼이 유동성 확보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4월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현금을 조달했으며 최근에는 건자재사업부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는 다양한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는 도중에도 차입 부담의 완화를 놓지 않는 재무전략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화학사들이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거나 설비를 통합하는 등 자산을 경량화하고 이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중"이라며 "롯데케미칼 역시 이러한 흐름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