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 4사 가운데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자본유보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효과로 7000%대 유보율을 유지했고, 금호석유화학은 4년 연속 지표를 끌어올리며 안정성을 드러냈다.
개별 화학사의 유동성 확보는 차입이나 유상증자 등 외부 조달을 제외한다면 결국 기존에 보유한 유보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보자본의 비율, 즉 자본유보율이 재무적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셈이다. 국내 주요 4사 가운데서는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이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대비 자본유보율을 준수하게 관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보자본 방어 기반, LG화학 '자회사 IPO' 금호석유화학 '이익' THE CFO는 2021~2025년 국내 화학 4사의 연간 자본유보율을 연결기준으로 조사했다. 2025년 말 기준으로 LG화학이 7576.1%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LG화학은 자본유보율이 2022년 7846.5%로 전년 대비 2535.3%p(포인트) 상승한 이후 꾸준히 70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자본유보율은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 등 잉여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장부상 자산 형태로 유보된 자본을 유동화하며 외부 차입에 의존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을 의미한다.
LG화학의 경우 2022년 자본잉여금이 11조5696억원으로 전년 대비 8조8732억원(329.1%) 급증하면서 자본유보율 상승을 견인했는데 이는 LG에너지솔루션 IPO를 통해 확보한 구주매출 덕분이다. LG화학은 2021년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가 23조2100억원이었다. 그 38.2%에 이르는 대규모의 추가 자본잉여금이 유보자본 방어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이 규모 면에서 자본유보율을 준수하게 관리했다면 금호석유화학은 질적 측면의 관리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금호석유화학은 2025년 말 자본유보율이 3670.2%로 LG화학은 물론이고 롯데케미칼의 5203.8%보다도 낮았다. 그러나 화학 4사 중 유일하게 최근 5년 동안 자본유보율이 단 한 차례도 후퇴하지 않고 상승세를 유지했다.
이 기간 금호석유화학은 자본금이 1675억원으로 일정했으며 자본잉여금 역시 4030억원대를 유지했다. 지표 상승을 견인한 것은 2021년 말 4조6201억원에서 2025년 말 5조7429억원으로 막힘 없이 불어난 이익잉여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해마다 이익을 기반으로 유보자본을 불리는 가운데서도 설비투자에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4사 중 2025년 자본적지출(CAPEX) 집행금액이 2021년보다 적은 유일한 화학사다.
규모를 불리는 것만큼이나 안정성을 중시한 재무전략의 결과 금호석유화학은 2025년 말 기준 순차입금이 -807억원을 기록했다. 4사 중 유일하게 실질적 무차입을 달성했다.
◇롯데케미칼, 유보율 지속 하락…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로 롯데케미칼은 2025년 말 기준 자본유보율이 5203.8%로 LG화학에 이어 화학 4사 중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5년의 추세를 살펴보면 2021년 8269.1%에서 해마다 유보율이 낮아졌다. 이 기간 낙폭은 3065.3%p에 이른다.
큰 폭의 자본유보율 하락은 이익잉여금 감소에 기인한다. 롯데케미칼은 이익잉여금이 2021년 말 기준 13조2956억원에서 지난해 말 9조439억원까지 꾸준히 줄었다. 심지어 이 기간에 2조2000억원 규모의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및 5조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 등 대규모 투자를 다수 집행하면서 차입 부담이 커졌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자본유보율이 여전히 5000%를 웃도는 등 유보자본 자체는 부족하지 않은 편이다. 장부상 자산으로 유보된 자금의 유동화 성과에 따라 체질 개선 전략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말이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 자산 경량화를 통해 2조3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법인의 지분을 활용한 주가수익스왑(PRS), 파키스탄 법인의 매각, 롯데정밀화학으로의 설비 양도 등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1조9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들어서도 건자재사업 매각 등 유동화 전략을 변함없이 추진 중이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 말 기준 자본유보율이 586.8%로 4사 중 가장 낮았다. 최근 5년 중 가장 수치가 높았던 2022년조차 805.7%로 1000%를 넘지 못하는 등 다른 3사와 눈에 띄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기초화학사업이 속한 케미칼부문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 중이다. 문제는 자본유보율이 낮은 만큼 유동성 확보 여력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한화퓨처프루프 등 해외 투자사 지분을 계열사에 넘기며 8555억원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2024~2025년에 걸쳐 1조6000억원가량의 비핵심자산을 유동화했다. 그러나 그간의 누적 투자로 축적된 차입 부담을 완화하기에는 부족했다. 이에 유상증자를 통해 외부에서 유동성을 조달하는 결정을 내렸다.
앞서 3월 한화솔루션은 2조397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이 투자자들의 극심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조달 금액을 1조8144억원으로 축소했으나 금융감독원의 신고서 정정요구로 인해 재차 제동이 걸렸다. 이에 한화솔루션도 유상증자 추진을 일단 연기하고 일정을 다시 수립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