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의 불황으로 개별 화학사들의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단순히 차입금의 규모를 관리하는 역량 못지 않게 차입금의 만기 구조를 관리하는 역량도 화학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덕목으로서 중요해지고 있다. 차입의 만기에 따른 상환 부담을 중장기로 분산하며 업황 회복 때까지 상환 부담을 분산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 주요 4사의 현황을 살펴보면 LG화학은 단기 차입 비중이 가장 낮았으나 최근 5년 동안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보이기도 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차입금의 단기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은 단기 차입 비중을 억제하는 성과가 나타났다. 특히 실질적 무차입 상태인 금호석유화학보다는 롯데케미칼의 성과에 상대적으로 시선이 쏠린다.
◇LG화학·한화솔루션, 만기구조 관리 필요성 증대 THE CFO는 2021~2025년 국내 화학 4사의 연말 기준 차입금 구조를 단기성과 장기성으로 구분해 연결기준으로 조사했다. 금융기관 차입금뿐만 아니라 각종 리스부채와 사채 등 이자발생부채를 모두 차입금으로 분류했으며 이 중 상환 만기가 1년 이내로 도래한 차입금을 단기성, 그 외를 장기성으로 구분했다.
LG화학은 2025년 말 기준으로 총차입금 대비 단기성 차입금의 비중이 34.7%로 화학 4사 중 가장 낮았다. 4사 가운데 유일하게 단기성 비중이 40%를 하회했다. 단기성 차입금이 11조7381억원, 장기성 차입금이 22조738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최근 5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LG화학의 지난해 말 단기성 차입 비중은 2021년 말 23.5% 대비 11.2%p(포인트) 상승했다. 4사 중 가장 큰 상승폭이다. 당장은 눈앞의 상환 부담이 4사 중 가장 가볍지만 부담이 가중되는 추세가 가장 가파르기도 한 만큼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한화솔루션의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5.7%p로 최근 5년 중 LG화학 다음으로 큰 상승폭을 보였다. 2025년 말 기준 비중은 47.8%로 4사 중 가장 높았다. 단기성 차입금이 7조1066억원, 장기성 차입금이 7조7597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한화솔루션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의 배율이 작년 말 기준 30.1배로 4사 중 가장 높았다. 실질 차입 부담에 대해 수익성을 바탕으로 대응하는 역량의 수준이 가장 낮았다는 의미다.
최근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다소 처지는 커버리지 역량과 차입 만기 구조에서 나타나는 높은 단기 상환 압력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 계획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잇달아 반려되자 일정을 7월로 연기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재차 밝혔다.
◇재무전략 성과 나타난 롯데케미칼, 여유로운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은 2025년 말 연결기준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46.8%로 한화솔루션 다음으로 높았다. 다만 최근 5년의 변화를 살펴보면 지표가 2021년의 48.5% 대비 1.7%p 낮아졌다. 2022년 말에는 단기 차입 비중이 무려 61.9%에 달했다. 이와 비교하면 무려 15.1%p가 하락한 것이다.
특히 2023년 이후의 변화가 컸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말 기준 총차입금이 10조141억원으로 전년 대비 58.3%(3조6894억원) 급증했다. 이에 2024년부터 자산 경량화를 통해 2조3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차입 증가를 억제하는 재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미국과 인도네시아 법인의 지분을 활용한 주가수익스왑(PRS), 파키스탄 법인의 매각, 롯데정밀화학으로의 설비 양도 등을 통해 2024~2025년에 걸쳐 1조9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2024년 말 10조6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액이 6501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단기성 차입 비중이 41.6%에서 50.0%로 높아지기는 했으나 이는 유동성장기부채, 즉 만기가 1년 이내로 도래한 장기성 차입이 7257억원에서 2조5485억원으로 불어난 영향이다. 금융권 단기차입금만 놓고 보면 3조4441억원에서 2조7876억원으로 19.1% 줄었다.
2025년에는 총차입금이 9조6145억원으로 10조원 미만을 회복했다. 롯데케미칼은 화학 4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2024년보다 줄어들었다. 이 기간 단기성 차입 비중도 46.8%로 3.2%p 낮아지는 등 자산 경량화 전략의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금호석유화학은 2025년 말 기준 단기성 차입 비중이 43.8%로 집계돼 LG화학 다음으로 낮았다. 다만 순차입금이 -807억원인 실질적 무차입 상태로 만기에 따른 부담이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재무여력이 탄탄하다. 물론 최근 5년 중 단기 차입 비중이 2021년의 69.6% 대비 무려 25.8%p 하락하는 등 만기 구조의 관리 역시 수월하게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