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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차입금 탓 유동비율 '위태'

만기 임박 반영 계정 변화·100%선 '위협', 계약 연장 유력

김경태 기자  2025-02-25 16:22:14
삼성전자는 본사가 역대급 현금 압박에 시달리던 2023년 삼성디스플레이의 도움을 받았다. 22조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빌렸고 본사 유동성에 숨통이 트였다.

아직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입금은 여전히 삼성전자 본사의 재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만기가 다가오면서 계정을 재분류했고 별도 재무상태표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통상 200%를 상회하는 게 이상적인 유동비율이 작년말에는 100% 선마저 위협받았다. 이런 가운데 올 8월 만기 시점에 차입 계약 연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황이다.

◇20조 차입금 만기 고려 '유동성장기부채'로 분류

25일 삼성전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말 별도 기준 유동성장기부채는 22조2642억원이다. 2023년말에는 2285억원이었는데 100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말 장기차입금은 7957억원으로 전년말(22조9020억원)의 3.5% 수준에 불과한 금액으로 줄었다.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를 일으킨 요인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빌린 차입금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2월 현금 고갈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에 20조원이 넘는 금액을 연 이자율 4.6%에 빌렸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빌린 차입금의 계정을 변경한 것은 회계 기준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2월 자금 거래 계약 당시 기간은 올해 8월 16일까지 30개월로 정했다. 만기가 1년 이하가 되면서 계정을 변경해야 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동성장기부채는 원래 장기부채였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만기가 1년 이하로 될 경우에 쓰는 계정 명칭"이라며 "예를 들면 만기가 3년인 차입금이 2년이 지나 1년 이하로 될 경우 장기차입금에서 유동성장기부채로 분류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동비율 '급격한 악화', 차입금 만기 연장 가능성 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빌린 돈의 계정을 변경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난 지표 중 하나가 유동비율이다.

유동비율은 1년 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비율로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산출한다. 통상 200% 이상을 이상적인 수치로 본다.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눠 산출하는데 유동부채가 늘면 그만큼 수치가 낮아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말 연결 유동비율은 243.3%다. 2023년말(258.8%)보다 15.5%p 낮아지기는 했지만 200%를 크게 웃돌고 있다.

하지만 본사만 보면 차이가 극심하다. 작년말 별도 유동비율은 102.7%에 불과했다. 2023년말(164.1%)보다 61.4%포인트(p) 하락했다. 본사 현금이 급격히 메말랐던 2022년말(128.2%)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치 수준이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장기차입금의 유동성장기부채 분류는 국내 외부감사법인들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장기차입금이 유동성장기부채로 바뀌면 유동비율이 악화되는 효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내 상위권 회계법인 관계자는 "유동비율 역시 중요한 재무지표이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좋게 보이고 싶어 해 감사인과 치열하게 논의한다"며 "유동성장기부채로 분류하지 않으려면 만기가 연장될 것이라는 확정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계정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2월 자금거래 계약 당시 대여금 상환 방법으로 만기 일시 상환을 정했다. 단 만기일 도래 전에 대여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조기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차입금을 상환하기보다는 계약을 연장하는 길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별도 현금성자산도 증가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 또 7조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 계획도 추진하고 있어 대규모 현금 소요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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