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한 핵심 인물인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이자 CFO가 또 한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부터 두산밥캣 등 주요 계열사 CFO를 역임한 그는 2020년 유동성 위기에 부딪힌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 정상화를 이끌었다.
경영부터 재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박 CFO는 최근 해외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IPO)를 성사시켰다. 그간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면 미래를 위한 자금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가스터빈 등 신사업 확대에 따른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집중할 방침이다.
◇3인 대표체제 '한 축', CFP팀 출신 전략가 1966년생인 박 CFO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13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 CFO를 두루 거친 핵심 인물로 꼽힌다.
박 CFO는 2004년 ㈜두산 전략기획본부 CFP(Corporate Financing Project)팀에 처음 입사했다. CFP팀은 두산그룹 M&A 작업을 주도하는 핵심 조직이다. 각 계열사에서 차출한 인물을 비롯해 외부 출신 인사로 꾸려진 컨트롤 타워인 셈이다.
그룹의 기업금융 전담 조직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2013년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CFO를 맡았다. 이후 2015년 ㈜두산 CFO와 2018년엔 두산밥캣 CFO이자 대표이사로 자리했다.
몸담는 계열사마다 CFO를 역임하고 있는 만큼 그룹의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다. 특히 2020년 7월에는 두산에너빌리티 CFO로 급파됐다. 채권단 관리에 돌입한 두산에너빌리티 구원투수로 발탁돼 재무 정상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연달아 자회사를 매각해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밥콕 등 규모가 큰 딜을 주도하며 1년 11개월 만에 채권단 졸업이라는 임무를 완수했다.
성과를 인정받은 그는 2021년 두산에너빌리티 신임 각자 대표에 부임했다. 오너와 최고경영책임자(CEO) 그리고 CFO로 이어지는 3인 대표를 이루는 한 축을 맡았다. 2022년에는 사장으로 승진해 두산에너빌리티를 이끌고 있다.
실제 박 CFO 체제의 두산에너빌리티 상환 능력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21년 연결 기준 4조9687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2022년 3조8576억원, 2023년 2조3983억원으로 감소했다. 단기차입금 의존도도 2년 만에 20.7%에서 11.6%로 하락했다.
◇두산스코다파워 'IPO'로 대응, 자금 확보 'ing' 재무 건전성을 갖춘 두산에너빌리티의 다음 과제는 원활한 자금 조달이다. 올해에도 이를 위한 박 CFO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24년 들어 SMR과 가스터빈 등 신사업 관련 투자로 인한 자금 소요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조원 이상의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무산된 것은 뼈아팠다. 원자력 및 가스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겠다는 목표로 세운 만큼 이를 위한 실탄 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에너빌리티는 오히려 2024년보다 6000억원 증가한 추가 투자 계획을 밝혔다. 오는 2027년까지 향후 3년 간 1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의 역량을 살려 비핵심자산 매각은 물론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 IPO를 통해 자금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지난 2월 프라하 증권거래소(PSE)에 성공적으로 상장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를 통해 1500억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었다. 영국, 스웨덴 등 유럽에서 원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두산스코다파워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