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KPI를 활용해 고객 중심 판매 프로세스를 정착시킨다. 판매 절차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완전판매를 유도할 수 있는 KPI 체계를 구축했다. 은행권의 고질적 문제로 여겨지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다.
투자자산과 퇴직연금 관리 현황도 평가를 거쳐 KPI에 반영하도록 했다.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상품 현황과 수익률을 면밀하게 점검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고객 중심' 정도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
◇'판매 프로세스' 준수 비율 점검해 가·감점 부여 신한은행은 영업점 KPI 배점 1000점 중 100점을 '고객가치성장' 부문에 부여하고 있다. 전체 배점의 10%에 해당하는 점수를 고객 가치를 강화하는 데 할당한 것이다. 또 KPI 배점표 최상단에 고객가치성장 항목을 배치해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객가치성장 부문은 △고객중심판매(45점) △투자자산관리(40점) △퇴직연금 고객관리(15점)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고객권익강화 항목을 통해 가점 또는 감점을 부여해 50~130점의 점수를 부여한다.
고객중심판매는 45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판매프로세스 준수비율에 따라 차등화된 점수가 부여된다. 스마일콜 건수가 10건 이하일 경우 50% 이상은 22.5점, 70% 이상은 33.3점, 80% 이상은 38.7점, 90% 이상은 44.1점, 100%는 49.5점을 부여받는 식이다. 스마일콜 건수가 11~100건이거나 100건 초과일 경우엔 소폭 조정된 점수가 적용된다.
평가 대상에는 투자, 신탁, 퇴직연금, 장외파생상품, 가계여신, 모집인여신, SOHO여신, 방카슈랑스 등 신한은행이 취급하는 대부분의 주요 상품이 포함된다. 해당 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의 투자자 성향 분석을 고려했는지, 가입 상품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지, 금리와 수수료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는지, 방문판매 절차가 적정했는지 등을 점검한다.
스마일콜을 통해 판매 프로세스 준수 비율을 면밀하게 점검하는 건 완전판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은 과거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에도 홍콩H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사태가 불거지면서 경각심이 고조됐다. 이에 진 회장은 그룹 차원의 '스캔들 제로' 방침을 선포하고 계열사에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무리한 영업으로 실적을 쌓기보다 고객 중심 영업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의도다.
◇퇴직연금 유치가 끝 아니다…유입액·상품 정밀 점검 투자자산관리 항목을 통해서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평가한다. 올 상반기 IRP형, DC형 신규 계좌가 평가 대상이다. 목표 유입액에서 퇴직연금 펀드 유입액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차등화된 점수가 부여된다. 유입액 목표 달성률이 50% 미만이면 10점, 100%면 20점, 130% 이상이면 26점이다.
상품에 따라 가점도 있다. TDF, 자산배분펀드, 디폴트옵션펀드 유입액은 10%의 가점을 준다. TDF, 자산배분펀드 매수 예정 등록하고 3회 이상 입금하는 경우와 매수 예정상품을 미지정해 디폴트옵션펀드를 3회 이상 입금하는 경우에도 10%의 가점을 인정한다. 고객 수익률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금융상품 비중을 늘릴 수록 KPI 점수를 받는 데 유리한 구조다.
이같은 현미경식 관리로 고객 친화적인 영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게 진 회장의 지론이다. 은행권 자산관리는 전통적으로 수수료 비즈니스로 인식돼 왔다. 특정 금융상품 판매를 늘려 수수료 이익을 증가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홍콩H ELS가 대표적인 사례로 분산 투자를 유도하기 어렵고 판매를 늘릴수록 고객 리스크가 크다는 맹점이 있었다. 신한은행은 KPI 제도를 통해 포트폴리오 중심 자산관리 영업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