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K-톡신'. 국내 보툴리눔톡신이 글로벌 시장에서 만개할 기회를 맞았다. 국내외 개발과 상용화를 둘러싼 규제 이슈는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고 세계 최고·최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인허가 허들을 낮추기 위한 제도 변화도 예고했다. 과거엔 경쟁기업과의 차별화 전략을 개발 기술과 R&D에서 찾았다면 이제는 양산을 위한 설비투자(CAPEX), 글로벌 수요 대응이나 규제 변화, 자금 운용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도 살필 때다. THE CFO가 국내 보툴리눔톡신 기업의 영업 현황과 재무 전략을 살펴본다.
대웅제약은 가장 먼저 글로벌 주류 시장에 안착한 국내 보툴리눔톡신 기업이다. 더불어 국내 톡신 개발 기업 가운데서 가장 먼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캐파 확장을 시작했다.
2019년 톡신 상용화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했고 2024년 자본적지출(CAPEX)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겼다. 그러나 이 기간 현금성자산은 오히려 나보타 출시 당시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제는 에스테틱 확장과 톡신의 주류 시장으로 꼽히는 치료 영역을 동시에 타깃한 사업 전략 소화도 가능해 보인다.
◇2019년 첫 미국 진출 후 완전히 달라진 기업 체급 대웅제약은 지난 2019년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BLA)를 받았다. 당시 대웅제약이 허가받은 영역은 에스테틱 영역이다. 통상 해외 시장에선 미용 쪽의 에스테틱보다 치료시장의 규모가 더욱 크다.
그럼에도 대웅제약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미국 시장에 진입한 선두주자로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19년 BLA를 받기 전 약 321억원이었던 대웅제약의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나보타의 미국 시장 진출을 계기로 급증하기 시작한다. 2022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고 이듬해인 2023년에도 현금 순증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 대웅제약의 가파른 현금성자산 증가는 2021년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 2022년 당뇨병 신약 '엔블로'의 연이은 국내 품목허가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보툴리눔톡신의 부가가치를 고려할 때 앞서 유동성 증가에서 톡신 제제인 나보타가 유동성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출시 후 CAPEX에 상당한 역량을 모으고 있다. 약 2000억원을 투자해 서울 강서구에 마곡 C&D센터, 100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화성에 나보타 3공장, 400억원의 출자를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에 나보타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한 게 일례다.
앞서 나보타의 상용화가 대규모 CAPEX를 감내할만큼의 수익성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영업이익률에서 관측된다. 제약업 특성상 3~4%대던 대웅제약의 영업이익률은 나보타 출시 이후로 완전히 바뀌었다. 2019년 나보타 출시 직전 4%에서 2022년 말 기준 7.7%, 2024년 말 기준으론 10.4%까지 뛰었다.
◇상업화 성공→대규모 투자 선순환…문턱 낮아지는 '톡신 치료시장' 진입도 겨냥 대웅제약은 공격적인 CAPEX로 에스테틱 시장 확장을 넘어 톡신 시장의 본류로 꼽히는 치료용 시장 진입도 노리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톡신 개발 기업이 궁극적인 지향점을 치료 적응증으로 두는 것과 관련이 있다. 특히 해외시장을 고려할 때 치료 적응증 확보가 추후 톡신의 매출의 급성장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국내와 해외 시장은 점유율 구조가 매우 상이하다. 국내 시장에선 전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80% 이상을 에스테틱 목적 시장이 차지한다. 반대로 해외는 치료 시장이 70% 수준이고 미용 목적 소구는 30% 수준이다. 특히 해외에선 각 기업마다 적응증 다각화의 속도를 높이면서 미용시장과의 격차를 계속 벌리는 추세다.
대웅제약이 전략적으로 국내 사업보다는 해외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는 점도 앞서 시장 구도와 관련이 있다. 다만 치료 시장 진입을 위해선 한층 엄격한 임상개발과 함께 제조공정을 요구한다. 시장의 효율적인 진입과 공략을 위해선 CAPEX에 힘을 쏟아 글로벌 스탠더드급의 설비를 갖추는 게 필요조건이다.
대웅제약은 그간 미국 자회사 이온바이오파마를 통해 경부근긴장이상 등 몇몇 적응증에 집중해 왔다. 다만 이 상황에서 뜻밖에 찾아온 '바이오시밀러' 규제 완화 경로를 활용할 수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대웅제약과 이온바이오파마는 공중보건서비스법(PHS Act Section 351(k))로 요약되는 바이오시밀러 인허가 경로를 유심히 보고 있다.
자체 개발중인 파이프라인 ABP-450의 모든 치료 적응증에 대한 대조약을 '보톡스'로 삼을 전망이다. 보톡스가 승인받은 모든 적응증을 타깃하면 대웅제약은 전체 대비 70%에 달하는 치료 시장에서 상당한 그립감을 쥘 수 있다. 미국 보툴리눔톡신 시장을 둘러싼 규제 변화가 2024년 대웅제약의 CAPEX 드라이브와도 상당 부분 관련이 있단 뜻이다.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자국 기업 외엔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지만 바이오시밀러 영역은 예외로 두는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심지어 오리지널 대비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공급되는 바이오시밀러를 장려하기 위한 여러 규제 완화도 계획 중이 있다. 바이오시밀러의 임상 허들을 3상에서 2상 수준으로 낮추는 게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