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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을 대하는 CFO의 자세

이민호 기자  2025-06-09 07:10:00
"호황일 땐 선택지가 많은 게 문제다." 최근 만난 경제 전문가는 수주산업이 호황일 때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강조했다. 불황일 때는 돈의 흐름이 일시에 막히니 씀씀이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반면 호황일 땐 돈이 물밀 듯 밀려온다. 돈이 넘치면 선택지가 워낙 많다. 차입을 상환하거나 생산능력을 키우거나 미래를 위한 지분투자에 쓸 수 있다.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지 모두 CFO의 몫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호황기 재무전략의 성공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2022년부터 미국과 중동 시장에서 해외 수주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신규수주 호조로 현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막대한 선수금(계약부채)을 1조원 넘게 쌓은 데다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면서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이 유입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차입을 줄인 것이다. 한때 8000억원에 가까웠던 연결 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을 4000억원 아래로 줄였다. 차입의 양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질 변화다. 은행권 단기차입금을 확 줄인 반면 공모채 발행은 오히려 늘렸다. 총차입금에서의 공모채 비중이 70% 가까이로 상승했다.

2024년 A로 높아진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공모채를 발행하면서 단기 상환 부담을 줄인 재무전략이 통했다. 올해 4월 신용등급이 A+로 재차 높아지면서 공모채 발행에 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이는 중저압차단기 스마트팩토리 신설과 변압기 공장 증설 등 시설투자에 돈을 투입하고도 순현금폭이 4000억원을 넘기는 바탕이 됐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재무전략의 바탕에 깔린 일관성을 높게 평가할 만하다. 이철헌 전무는 2020년부터 CFO 역할의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재직하며 HD현대일렉트릭의 호황기를 맞은 인물이다.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 확보와 차입구조 개선 중심의 재무전략에는 이 전무의 공이 컸다.

HD현대그룹은 2023년 12월 HD현대일렉트릭 재무라인 리더십에 변화를 줬다. 이 전무가 성과를 인정받아 HD현대중공업 CFO 역할의 재경본부장으로 이동하면서 HD한국조선해양 회계 담당을 역임하던 김관중 전무를 HD현대일렉트릭 경영지원부문장에 앉혔다. 김 전무는 재무전략의 틀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4월 합계 7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설투자에 대비해 현금을 넉넉히 확보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HD현대일렉트릭의 호황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장의 시각이 많다. 김 전무도 CFO로서 수많은 선택지에 직면할 것이다. 호황기를 대하는 김 전무의 자세와 이에 따른 HD현대일렉트릭의 모습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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