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피알이 1343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한다. 이번 조치는 상장 후 첫 배당을 앞두고 주주환원 여력을 더욱 넉넉하게 확보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에이피알의 이번 결정은 탄탄한 재무건전성이 밑바탕이 됐다.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해온 에이피알은 부채비율 등이 상당히 낮은 데다 현금성자산도 풍부하다. 주주환원으로 자본을 상당 부분 투입하더라도 타격이 없는 안정적 재무기반을 마련해뒀다.
◇1343억원 자본준비금, 이익잉여금 전입…"주주이익 제고 위한 결정" 
신재하 에이피알 부사장(CFO·
사진)은 10일 더벨과의 통화에서 “에이피알이 작년 7월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바 있고 사실상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주주환원을 해왔다”며 “이번 자본준비금 전입은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재원을 더 넉넉하게 확보하기 위함이고 주주 이익 제고에 보탬이 될 것이라 판단해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이피알은 전일 자본준비금 감소를 안건으로 상정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고 공시했다. 1343억원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이다. 현행 상법상 자본준비금에서 전환된 이익잉여금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는 경우 회사의 자본을 재배치한 것으로 간주, 총 출자 자금보다 크지 않는 이상 배당소득세를 매기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이를 '감액배당'이라고 지칭하곤 한다. 감액배당은 비과세인 만큼 주주들이 느끼는 실질적 보상 규모도 큰 편이다.
2024년 2월 코스피 시장에 진출한 에이피알은 아직 현금배당을 한 적이 없는데 작년 주주환원 정책 3개년 계획 등을 미뤄보아 올해가 상장 후 처음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이피알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개년도 동안 매년 연결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25% 이상을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에 사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자본준비금 전입은 사전적으로 배당 곳간을 넉넉히 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에이피알은 자본준비금 중 전입 가능한 규모 전액을 이익잉여금으로 옮기기로 했다. 현행 상법 체계에 따르면 자본준비금은 자본금의 1.5배는 꼭 남겨둬야 하고 초과분에 한해서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감액할 수 있다.
신 부사장은 “실제로 에이피알이 상장 전이나 최근까지 현금배당을 하진 않았던 만큼 사실상 배당 재원이 많이 남아있긴 하다”며 “그럼에도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을 통해 9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주주환원에 힘을 쏟은 만큼 이번에 전입가능한 자본준비금 전액을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 규모 증가해도 흔들림 없는 '재무안정성' 이번에 전입하는 자본준비금이 전액 배당으로 유출된다는 가정을 한다면 에이피알의 부채비율은 57%(1분기 말 기준)에서 94%(1분기 말 수치 기반)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정을 덧붙여도 에이피알 재무상태는 탄탄하다. 그동안의 무차입경영 덕분이다.
신 부사장은 “에이피알은 차입을 하지 않는 무차입경영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최근의 경우 사업이 커지다보니 재고에 대한 매입비용이 증가한 부분들이 있었다”며 “다만 미지급금 정책에 있어 한달 내로 정산토록 돼있기 때문에 바로바로 해소되는 만큼 부채 부담으로 누적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분기 재무제표에 보이는 3월 말 기준의 부채들 중에서 지금도 부채를 유지하고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에이피알 내 현금성자산도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재무제표상 작년 1분기 말 기준 에이피알의 현금성자산은 886억원가량이다. 이에 더해 전단채 등 일주일 내 유동화가 가능한 거의 현금성자산에 가까운 자산까지 합치면 25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더불어 에이피알의 실적이 고공행진 중인 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차곡차곡 쌓이는 이익잉여금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피알은 2022년 273억원, 2023년 818억원, 작년 1071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냈다. 해마다 30~20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올해 역시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신 부사장은 “사실상 에이피알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미지급금 등 부채보다 훨씬 많은 상태인만큼 재무구조가 상당히 견고하고 할 수 있다”며 “전액 배당유출된다 가정하더라도 회사에 전혀 무리되는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