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배당 정책을 명문화했다. 2005년 첫 배당을 실시한 이래 꾸준히 배당을 실시 해오던 GC녹십자가 돌연 배당 정책을 명문화한 배경에 관심이 몰린다.
지금까지 GC녹십자는 당기순이익 등락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1000~2000원의 고정적인 배당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번에 공시한 배당 정책은 2025년부터 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배당하겠다는 구체적 전략이 담겼다.
이는 그간 GC녹십자가 단행한 배당 방식과는 다르다. 최근 신사업 투자 등을 통해 현금 유동성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실적 기반 배당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악화에도 이어진 현금 배당, 줄어든 현금 곳간 GC녹십자가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 원칙으로 하는 2025~2027 사업연도에 대한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2월 발표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적 손익 별도 고려 후)의 20% 이상을 배당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라이선스 아웃 등 일회성 비경상거래에 따른 손익은 별도로 배당에 고려한다.
이는 그간 GC녹십자가 추진하던 배당정책과는 다른 방향으로 실적에 기반한 배당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2년간 GC녹십자는 실적 부진을 겪었지만 배당은 그대로 유지했다.
2022년 별도 기준 703억원까지 성장했던 영업이익은 2023년 206억원으로 크게 꺾였다. 구조조정 등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지난해 600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예년의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배당은 크게 줄이지 못했다. 2022년 주당 배당금 1750원에서 2023년과 2024년 1500원으로 소폭 축소했을 뿐이다. 배당총액은 171억원으로 당시 72억원, 212억원에 불과한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던 GC녹십자 입장에선 부담이 됐다.
같은 기간 핵심 신사업인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글로벌 안착을 위한 투자가 계속되는 시점이었다. 늘어나는 투자와 계속된 현금 배당으로 GC녹십자의 현금 곳간은 빠르게 말라갔다. 2022년 별도 기준 280억원이던 현금성자산은 2024년 말 3억5900만원으로 급격히 축소됐다.
GC녹십자가 배당을 줄이지 못한 이유는 그룹에 있다. GC녹십자가 부진을 겪었던 기간 지씨셀 등 그룹 내 계열사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계열사 우산 역할을 하던 지주사 녹십자홀딩스의 체력도 취약해진 상황에서 홀딩스 수익의 상당부분을 담당하는 GC녹십자 배당을 순익 수준에 따라 줄이긴 어려웠다.
◇신사업 '알리글로' 결실 원년, 당기순이익 기반 실리 배당 추진 실적에 연동한 배당 정책은 주주 환원 정책은 물론 안정적인 현금 관리라는 두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실린다. 그렇다고 주주들에게 낮아진 실적 눈높이를 감안하라는 으름장도 아니다. 신사업에 대한 과실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심어주고 있다.
GC녹십자가 올해 '알리글로' 매출 창출 원년으로 삼았다는 점을 주목할만 하다. 202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 승인을 받은 이후 작년 하반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현지 혈액원 인수도 완료하면서 안정적인 원료 수급과 비용 효율화 작업도 마쳤다.
실제로 성과도 나고 있다. 올해 1분기 GC녹십자 혈액제제 매출은 14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7% 증가했다. 특히 해외 매출이 같은 기간 4배 이상 늘어나면서 알리글로의 시장 안착을 입증했다. 이를 기반으로 GC녹십자는 1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이번 배당 정책 명문화는 배당 실시 이래 처음 시도한 것"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기본 원칙으로 미래 투자, 재무구조 등을 모두 고려해 주주환원 정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