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 번째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한 한국타이어는 배당 항목과 이사회 관련 지표가 개선되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진전을 보였다. 지난해 경쟁사 대비 핵심지표 준수율이 낮은 데 따른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자 자구책을 마련해 발 빠르게 대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올 3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처음으로 분리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최근 그룹 총수인 조현범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공백이 길어지자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이사회의 견제·균형 메커니즘 작동에 우호적인 환경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첫 분리…준수율 80% '안착' 한국타이어가 최근 제출한 2025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내 핵심지표 준수율은 80%로 집계됐다. 이는 66.7%를 기록한 직전 년도보다 13.3% 개선된 수치다. 이번 대상 기간 중 미준수 항목 2개를 새롭게 충족하면서 준수하지 못한 항목은 3개로 줄어들었다.
한국타이어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처음으로 분리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 이사회 의장을 맡은 이수일 대표가 한온시스템으로 둥지를 옮기면서 김종갑 사외이사가 올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씨티은행과 도이치뱅크에서 경력을 쌓은 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한국타이어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면서 거버넌스 리스크를 해소했다. 이사회 소집 권한 등 이사회 의장에게 부여된 권한들이 모두 사외이사에 이연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업무집행에 관한 결정 사항과 업무 전반을 사외이사가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표면적으로 지배구조가 이사회 중심으로 구축된 셈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사외이사로 5명을 선임해 이사회 전체 구성원 대비 62.5% 비율을 구축했다"며 "올해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면서 경영진의 업무 집행 관련 견제와 균형을 행사하는 환경을 조성,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지표도 새롭게 준수했다. 지난해 3월 '선(先) 배당액 확정, 후(後) 배당 기준일 설정'을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이사회에서 현금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배당 기준일을 이후로 설정해 투자자들에게 보다 높은 배당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게 됐다.
호실적에 배당 규모가 매년 커진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실제 한국타이어의 배당 규모는 2020년 793억원에서 2022년 976억원까지 증액된 데 이어 2023년 1585억원까지 늘어났다. 2024년 결산기준 배당총액은 2439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000억원대를 돌파했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처음으로 중간배당도 도입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도입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한다. 아울러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기업가치 훼손 임원 '미방지'…소집공고도 2주전 한국타이어는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이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의 혐의로 3년 실형을 선고받은 조현범 회장의 복귀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앞서 조 회장은 2020년 11월 배임수재죄 등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판결이 상고 없이 종결 확정된 바 있다. 아울러 지난달에도 200억원대 횡령·배임 및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 됐다.
업계는 기업가치 훼손 임원 선임을 방지하는 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조 회장을 염두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정책이 수립될 시 조 회장이 향후 한국타이어의 임원으로 복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임원이 재산을 오용하거나 사익 편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국타이어는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를 실시하는 항목도 미준수했다. 상법 제363조 1항 '2주 전 공고' 원칙을 지키며 최소한의 의무 사항만 준수한 모습이다. 아울러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집중투표제도 채택하지 않았다. 다만 상법에 따른 소액주주의 주주제안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내부 임원관리규정 제8조에 근거 등기임원은 주총 선임, 집행임원은 대표이사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사회 및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임원 선임에 대한 판단은 적절한 절차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