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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는 지금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20년 기다림 끝 최적의 '타이밍'

①본업 이익체력 확실…새 제도에서 빛 발하는 안정적 경영기조

조은아 기자  2025-06-23 07:54:30

편집자주

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기업은 경영자를 닮는다. 자신의 의사결정이 그대로 기업의 경영 방침이 되는 오너가 오랜 기간 이끈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교보생명 역시 신창재 회장을 닮았다. 교보생명은 창립 이후 최근까지 생명보험업 한 우물만 팠다. 눈에 띄는 인수합병(M&A)이라고는 1994년에 당시 대한증권(현 교보증권)을 인수한 게 다다. 이마저도 신 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기 전의 일이다.

겉으로 조용했을 뿐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 건 무려 20년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주사 전환 이후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려 했으나 IPO가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SBI저축은행 인수에서 보듯 이제 교보생명은 IPO 없이도 포트폴리오 확장이 가능한 수준의 자금력을 갖췄다.

◇'보수적 경영기조' 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유

교보생명은 오랜 기간 비보험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삼성생명, 한화생명과 함께 '빅3'로 함께 묶이지만 처지는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나머지 두 회사의 경우 그룹 내 보험 계열사에 불과하지만 교보생명은 그룹의 중심이자 핵심이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이후 손해보험사와 은행 등 M&A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최근 10여년 사이만 봐도 2014년과 2016년 우리은행, 2016년 ING생명, 2020년 악사손해보험 인수를 시도했으나 완주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돌이켜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빠른 속도로 업계 정상을 차지하고 외형 성장을 추구한 게 선대 회장 시기 개척자적 경영 기조였다면 신창재 회장이 경영을 맡게 된 이후엔 경영기조에 변화를 줘야했다. 당시 국가적으로도 IMF를 겪으며 가정 경제가 어려워지자 보험 해약자가 줄을 이었고 교보생명 역시 이같은 외환위기 후유증을 피할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경영에 참여하게 된 신창재 회장은 '외형 경쟁'을 내려놓고 '내실 성장'을 선택했다.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불완전한 실적을 갈아엎고 일찌감치 건전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잘못된 영업관행을 뜯어고치고 이익 위주의 패러다임을 장착했다. 마케팅 전략을 중장기 보장성보험 위주로 전환해 영업채널도 정예화했다.

신 회장 취임 당시 2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교보생명은 매년 4000억~6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다만 자산 규모 기준으로 순위와 점유율 하락은 감내해야 했다.


◇본업 이익체력 확실, 최적의 타이밍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고령화와 저출산 등 보험업에 불리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비책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최적의 타이밍도 찾아왔다. 사모펀드와 7년 동안 이어오던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실적도 순항하고 있다. 본업 이익체력이 강화되면 교보생명이 지주 전환 과정에서 손해보험사 등을 인수하는 데 쓸 자금 마련에 보탬이 될 수 있다. 2019년 5000억원대였던 교보생명 순이익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3000억원대로 머물렀지만 2023년 이후 급증했다. 2023년 6322억원의 순이익을 낸 데 이어 지난해 6987억원을 기록했다. 교보생명이 출범한 지 66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단순히 순이익만 많은 게 아니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 빅3 가운데 가장 양호한 ROE 추이도 보이고 있다. 자본총계는 빅3 다른 주자들에게 밀리지만 전략적인 자산운용으로 수익성을 관리해 온 덕에 적은 인풋으로도 양호한 순이익을 내오고 있다. 오랜 기간 새 회계기준과 건전성 제도(IFRS17·K-ICS)에 대비해 자본의 '질'에 초점을 두고 관리한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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