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작년부터 잇따라 투자 지분 매각에 나서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명목으로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바이오텍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매각 기회를 엿보고 있다.
유한양행이 14년간 지분 및 협업관계였던 엔솔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사 공동개발로 기술수출까지 했던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의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지만 이미 수익구조는 완비된 상태라고 봤다. 최대한 수익구간에서 매각하려는 이유 있는 '엑시트 전략'이 주목된다.
◇워랜텍·제넥신 등 R&D 협업 종료 후 지분 '청산' 엔솔도 마찬가지 유한양행의 엔솔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전량 매각은 지난해 연달아 이뤄졌던 피투자회사 청산의 연장선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에만 워랜텍, 제넥신, 에이프릴바이오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이들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매각 시점 전후로 유한양행과의 협업 관계가 대폭 축소 또는 종료됐다는데 있다.
2017년 치과 사업 진출을 위해 35%의 지분을 취득했던 임플란트 제조 기업 워랜텍은 지난해 5월 유한양행과 FIU 임플란트 공급 계약을 종료했다.
제넥신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제넥신의 플랫폼 기술 'hyFc' 활용을 위해 200억원을 투입해 지분을 취득해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3월 베링거인겔하임이 기술반환을 결정했다. 기술수출 이후 제넥신과의 추가적인 협업이 없었던 유한양행은 공교롭게도 반환 이전 모든 지분을 매각하면서 제넥신과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이번 엔솔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엑시트 사례 역시 앞선 사례와 궤를 같이 한다. 이미 공동 연구 개발은 마무리됐고 기술수출 성과도 올렸다.
더욱이 유한양행은 2023년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지분 투자 등 전략적 투자(SI) 측면에서 파이프라인 도입, 최대주주 지위 확보 등 보다 R&D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유한양행 지분이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투자보다는 R&D 협업 및 시너지로 전략을 바꾼 셈이다. 이는 유한양행이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 나섰을 당시 투자한 5000억원을 웃도는 자금을 엑시트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기반이 됐다.
따라서 수정된 전략 아래서 양사간 R&D 협업이 마무리된다면 더 이상의 지분 관계는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또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투자지분 매각은 그때 그때 전략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는 최소화, 이익은 최대화…안정적 '엑시트' 구조 이번 엔솔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은 YH14618 상업화 성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기업가치에 대한 기회비용을 감수한 엑시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유한양행과 엔솔바이오사이언스가 스파인바이오파마에 기술 이전한 'YH14618'은 글로벌 3상을 마치고 7월 초 톱라인 발표를 앞두고 있다. 만약 YH14618이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유한양행은 렉라자와 같은 또 하나의 로열티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다.
당시 총 계약금액은 2억1815만 달러로 한화 약 3000억원 규모다. 유한양행과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각각 3대 1로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배분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수령한 계약금과 마일스톤은 도합 265만 달러다. 아직 2155만 달러의 마일스톤이 남아있다. 판매 로열티는 별도다.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유한양행에 올 충격은 덜하다. 임상 발표 전 기대감이 반영된 가격으로 블록딜에 성공했다. 임상 성패 여부 발표 이후 엔솔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 등락에 따른 부담 없이 안정적인 엑시트에 성공한 셈이다.
매도 차익 역시 꽤 된다. 유한양행은 2021년 최초 취득 이후 처음으로 엔솔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을 처분했다. 당시 전체 주식의 20%가량에 해당하는 20만주를 30억원에 처분했다. 이번에 처분한 81만860주는 142억원에 매도했다. 최초 취득가액이 45억원임을 감안하면 총 127억원의 매도 차익을 실현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최근 몇 년 새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성사된 딜에 적당한 엑시트는 오히려 리스크를 줄이고 이익을 최대화시킨 안정적인 구조"라며 "IPO가 아니라면 엑시트 자체가 어려운 요즘 차라리 어느 정도 기회비용을 가지더라도 수익을 확보하며 엑시트에 나서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