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

선수금만 5조 넘긴 삼성중공업…'3조' 차입금 줄인다

지난해 4900억 순상환, 선수금 대거 유입…차입 90%는 단기성

고진영 기자  2025-06-25 16:17:09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한때 1조원대까지 떨어졌던 삼성중공업의 선수금이 5조원을 넘겼다. 그만큼 앞으로 매출로 전환될 파이프라인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현금창출력이 좋아지면서 회사는 차입금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3조원 이상이지만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

삼성중공업의 선수금(계약부채) 잔액은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5조5101억원을 기록했다. 통상 선박값의 10~20% 수준을 선수금으로 받는다. 조선업이 불황에 빠져 있던 2020년 1조7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는데 3배 넘게 뛰었다. 수주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덕분이다.

실제로 3월 말까지 삼성중공업의 매출 기준 수주잔고는 32조3000억원가량 쌓였다. 12조원이었던 2020년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새로 수주한 선박 규모만 셔틀탱거 13억달러(9척), 컨테이너선 4억달러(2척), LNG운반선 3억달러(1척)를 포함해 26억달러(18척)에 달한다.

선수금은 부채로 잡히지만 현금흐름상으론 유동성 유입이다. 지난해 4143억원, 올 1분기 470억원이 계약부채의 증가 항목으로 현금흐름에 더해졌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6545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한 것도 드릴십 매각에 따른 재고자산 감소와 선수금 영향이 컸다.


현금흐름이 개선되자 삼성중공업은 차입금을 집중적으로 상환하고 있다. 지난해 차환한 규모를 제외하면 4883억원을 순상환했다. 덕분에 사용권자산이 늘면서 2024년 리스부채(3254억원)가 전년 대비 2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는데도 차입금이 줄어들 수 있었다.

삼성중공업의 연결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2023년 3조6823억원이었다가 지난해 3조5436억원으로 축소됐다. 대단한 규모는 아니지만 4년 만의 감소세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선수금이 불어났는데도 부채비율이 소폭 증가에 그친 것 역시 긍정적이다. 포괄손익이 급증한 데다 차입금을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일부 상환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3월 말 총차입금이 3조4000억원대로 더 감소했다.


반대로 순차입금(2조8514억원)의 경우 올 1분기에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9800억원을 넘던 현금성자산이 5000억원대로 줄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보유하던 원화 매도 선물환계약의 만기가 도래했는데, 그동안 환율이 약 27%나 오르면서 정산을 위한 현금이 대거 유출됐다.

하지만 앞으론 차입금 감축 추세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수주 증가로 현금창출력이 대폭 점프했을 뿐 아니라 선박이 계속 인도되면서 잔금이 들어올 전망이다. 2021년 초 수주했던 컨테이너선 등 싸게 계약한 선박들은 올 3분기 인도가 마무리되며, 이후론 수익성 개선도 예상된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차입구조가 매우 단기화됐다는 특징이 있다. 3조4000억원 상당의 총차입금 중에서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이 3조1054억원으로 91%에 이른다. 차입금 관리, 차입구조 개선이 당면 과제로 꼽히는 것도 그래서다.

3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유동성 차입금을 분석해보면 CP(기업어음) 2100억원과 전자단기사채 2900억원, 정책금융기관 차입금 약 1조2600억원, 은행대출 약 6990억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유산스(Usance) 차입금과 상생대출, 제작금융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약이다. 또 만기가 다가와 유동성으로 전환한 사채는 1700억원, 대출은 7000억원 남짓 있다.

삼성중공업은 이중 시장에서 조달한 CP와 전단채, 회사채 등은 대부분 상환하고 금융기관 차입의 경우 일부 갚거나 만기를 연장할 예정이다. 금융기관 대출이 대부분 정책금융이나 은행 한도 대출로 이뤄져 있어 만기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원 확보를 위해 지난해 말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판교사옥을 4000억원에 팔기도 했다. 상환을 위한 현금창출력 역시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수주잔고 중 조선부문은 수익성 위주로 선별적 수주를 해왔다”며 “매출에서 저선가 컨테이너선 비중이 줄고 LNG와 FLNG선은 늘면서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