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리서치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한 글로벌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경영 전선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 유치 당시부터 논의됐던 리쥬란 유럽 진출 프로젝트에 직접 관여하면서다.
이번 인적분할 이후 그룹 내 CVC캐피탈 존재감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CVC캐피탈 측 인물 2명이 존속법인과 분할법인 이사회에 모두 속해있기로 했다.
◇의료기기 리쥬란 첫 빅마켓 '유럽' 연내 진출 가시화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9월 CVC캐피탈을 상대로 전체 지분의 10% 수준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RCPS 발행 당시 파마리서치의 현금성자산은 1348억원이었다. 돈이 급한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투자 유치에는 물음표가 떴다.
이 둘의 만남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와 투자처의 관계가 아니다. 파마리서치는 CVC캐피탈의 유럽 등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한 글로벌 진출을 도모했다. CVC캐피탈은 여기어때 이후 뜸했던 한국 시장 투자 초점을 '뷰티'로 잡으면서 대표 포트폴리오로 코스닥 대장주 중 하나인 파마리서치를 확보했다.
특히 글로벌 진출을 통한 밸류업이 이 둘의 주요 합의점이었다. 경쟁이 치열해진 내수 시장 외 아시아권을 제외하면 뚜렷한 해외 타깃 시장이 없던 파마리서치에게 CVC캐피탈은 빅마켓으로 향하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우선 CVC캐피탈의 본거지인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진출을 첫 번째 과제로 뒀다. 지난해 12월 현지 의료기기 허가인 유럽 CE MDR 인증을 획득한 리쥬란은 현지 판매 단계만을 앞두고 있다. 양사는 CVC캐피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국가 직접 진출까지 고려했었다.
하지만 최근 유럽 현지 기업과의 유통 파트너십 계약이 구체화되면서 기존 유통 전략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중소 대리점 수준의 파트너사들과는 파트너사의 규모 차이가 있다. 현재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해당 계약은 CVC캐피탈이 주도적으로 이끈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을 앞둔 파트너사는 유럽 소재 기업으로 단순 유통업뿐 아니라 제조망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서유럽 주요 10개국 이상의 자사 공급망을 가지고 있어 계약 시 최소 10개국에서 최대 20개국까지 유통이 가능하다.
김원권 파마리서치 경영전략본부장 전무는 "이르면 8월경 계약 체결 후 늦어도 연말까지는 EU 내 주요 10개국 이상에 동시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진짜 해외 매출 발생을 위한 유통이 목적이었다면 이번 계약은 현지 마케팅 협업까지 이뤄질 수 있는 보다 진일보한 형태의 글로벌 수출 계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업회사 이사회 모두 진입, 영향력 더 커진다 파마리서치와 CVC캐피탈의 관계성은 분할 이후 더 짙어질 전망이다. 분할 전 기존 이사회 멤버 중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이사회 모두에 진입하는 멤버는 CVC캐피탈 측 인물 2명 뿐이기 때문이다.
파마리서치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규철 CVC캐피탈 한국법인 대표와 이원배 CVC캐피탈 싱가포르 법인 수석(Principal)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분할 계획서에 따르면 이 대표와 이 수석은 같은 기타비상무이사 직책으로 사업회사인 분할법인 '파마리서치(가칭)' 이사회 명단에 포함됐다. 분할 계획서 공시 당시는 파마리서치홀딩스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파마리서치는 홀딩스 이사회 구성을 분할법인과 같은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체제로 확정했다. 사내이사에는 정상수 의장과 정래승 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이 대표와 이 수석이 그대로 남아있는다.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CVC캐피탈은 지주사와 사업회사 양 측의 동일한 지분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직접적인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이사회 멤버로서도 역할을 하면서 경영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펼칠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무는 "CVC캐피탈과 대주주간 공동의결권약정이 체결돼 있긴 하지만 이사회 내에서는 CVC캐피탈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며 "주요주주인 CVC캐피탈은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와치독'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