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캐피탈이 부동산금융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금융은 한투캐피탈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영업 자산이다. 한국투자증권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에 연계 영업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러나 PF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빠지게 됐다. 이는 사업 구조가 부동산금융으로 편중되면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약화된 데 기인한다. 0%대의 연체율을 자랑했던 한투캐피탈도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그룹 내 전략적 포지셔닝, 부동산 호황기 맞물려 폭발적 성장 한투캐피탈은 국내 최초 기업여신 전문 캐피탈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설립 취지에 따라 기업여신 위주의 영업을 전개했다. 기업금융 내에서도 부동산 관련 대출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한투캐피탈은 기업에 대한 부동산담보대출과 자산유동화대출을 주로 취급했다. 사업 초기엔 그룹의 네트워크가 영업 기반이 되면서 설립 2년 만에 1조원이 넘는 영업 자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투캐피탈이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른 건 2017년 이후다. 이는 한투증권이 국내 최초 초대형 IB 인가를 취득한 해이기도 하다. 초대형 IB의 경우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자금 조달과 투자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한투캐피탈은 한투증권에서 주관하는 사업에 자금을 출자하는 등 연계 영업에서의 시너지로 수익을 거뒀다.
한투증권을 등에 업은 한투캐피탈은 연평균 25%가 넘는 자산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 시기에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였던 점도 주효했다. 국내외 부동산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한투캐피탈도 공격적으로 부동산PF에 참여했다. PF뿐 아니라 중도금대출까지 포함해 전체 영업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 관련 자산으로 운용해 왔다. 2020년 이후엔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손익을 실현하며 그룹 실적도 견인했다.
그룹에서 전략적으로 캐피탈을 설립한 만큼 영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지원도 충분했다. 한투캐피탈은 2020년과 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있다. 총 14차례 유상증자가 이뤄졌으며 누적 조달 규모는 8900억원에 달한다.
사업 초기엔 영업망 확대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활용됐다. 이후에도 재무 구조 개선 차원에서 자금 지원이 이어지면서 회사 덩치를 빠르게 키울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전폭적인 지원은 그룹 내 한투캐피탈의 포지셔닝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무거워진 오우택 대표의 어깨, 편중된 사업 구조 해소 과제 한투캐피탈의 성장에 제동을 걸었던 건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PF 부실이다. 부동산금융의 사업 집중도가 높았던 만큼 PF 리스크가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부실 자산이 급증하면서 0%대였던 연체율과 NPL비율 모두 6~7%대로 악화됐다.
자산건전성이 우수했던 한투캐피탈의 모습을 더이상 찾기 어려워졌다. 건전성 저하에 따른 대손비용도 확대돼 2015년 출범 첫해를 제외하고 가장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설립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한투캐피탈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한 가지였다. 자산 재구조화를 통한 정상화다.
본PF에 대해 분양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기술부서가 전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공정률 등을 점검했다. 만기 도래한 브릿지론 사업장에 대해서는 3개월 전부터 상환 계획을 징구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연체 사업장은 경·공매, 매각 등 환가 처분을 통한 회수를 추진했다.
한투캐피탈이 부실 자산을 본격적으로 털어낸 건 지난해부터다. 사업장 매각이 수차례 지연됐으나 금융당국 압박이 거세지면서 정리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상·매각한 부실 규모만 1525억원이며 모두 브릿지론이다. 다만 브릿지론에서 300억원 규모의 신규 부실이 발생하면서 건전성 제고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투캐피탈의 리스크 관리가 여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한국투자금융이 오우택 대표를 재신임하며 리더십에 힘을 실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오 대표는 대손상각을 처리하면서 자산건전성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포트폴리오 운용에 안정성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