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재무적으로 상당한 부하가 걸려 있다. 이차전지소재사업 육성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사이 외부 차입의 비중이 높아졌으며 예상치 못한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까지 마주하면서 기존 투자의 속도를 조절하는 중이다.
그러나 포스코퓨처엠이 이차전지소재 투자의 속도를 조절할 수는 있을지언정 규모를 줄이거나 포기할 수는 없다. 이차전지소재가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전략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포스코퓨처엠의 CFO를 맡고 있는 정대형 전무가 투자 지속과 재무 개선의 양립하기 힘든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입 당시부터 주목받은 외부 출신 인재
정대형 포스코퓨처엠 기획지원본부장(CFO) 전무는 1968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2015년 포스코그룹에 합류하기 앞서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딜로이트, AT커니 코리아 등 컨설팅회사들에서 경력을 쌓았다.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2년가량 일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은 2014년 권오준 전 회장의 취임 이후 순혈주의의 타파를 인사의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정 전무도 이 기조에 따라 포스코에 영입된 인사라고 볼 수 있다. 포스코 가치경영실에서 전문인력을 의미하는 Chief PCP(POSCO Certified Professional) 직책으로 포스코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정 전무는 2019년 상무로 승진해 전략기획본부 산하 경영진단실의 실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에는 경영전략실로 옮겼다. 2022년 포스코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 이후로는 전무로 승진해 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영전략팀에서 전략담당, 팀장 등으로 일하다 2024년 포스코퓨처엠에 기획지원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정 전무가 처음 포스코그룹에 합류한 포스코 가치경영실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 조직이다. 최정우 전 회장을 비롯해 전중선 전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정기섭 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등 그룹의 주요 경영인들을 대거 배출하기도 했다. 정 전무가 그룹 합류 당시부터 적지 않은 기대를 받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룹 합류 이전의 경력에서도 알 수 있듯 단순한 재무 전문가가 아니라 재무와 경영전략 양쪽에 전문성을 보유한 '팔방미인'이다. 그런 그가 CFO를 맡고 있다는 점은 포스코퓨처엠의 재무적 과제가 사업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거워진 차입 부담, 투자속도 조절·유증으로 돌파
포스코퓨처엠은 2019년 음극재 생산기업 포스코켐텍과 양극재기업 포스코ESM의 합병으로 출범한 이후(장시 포스코케미칼) 본격적인 투자 확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20년 2426억원에 불과했던 포스코퓨처엠의 연간 자본적지출(CAPEX) 투자금액은 정 전무가 CFO로 부임한 2024년 2조416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기간 포스코퓨처엠의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평균은 1888억원에 불과했다. 자체 영업활동만으로는 투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부족분을 외부 차입으로 메우면서 포스코퓨처엠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7148억원에서 2024년 말 3조33억원으로 치솟았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의 비율도 5.7배에서 16.2배로 높아졌다.
포스코퓨처엠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는 이차전지소재를 포함한 친환경 소재사업을 철강사업과 함께 그룹 포트폴리오의 양대 축으로 육성하려는 그룹 차원의 성장전략에 기인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급격하게 커진 재무적 부담을 좌시할 수도 없다. 정 전무로서는 그룹의 전략적 행보에 발을 맞추면서도 재무 부담을 완화해야 하는 과제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포스코퓨처엠은 앞서 6월30일로 예정됐던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의 준공 일정을 한 차례 늦추기로 결정했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전구체회사 화유코발트와 합작사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를 설립하기 위한 투자를 당초 예정된 올 1월이 아닌 내년 1월로 미루기도 했다. 각종 투자를 완수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나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함께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7월 중 1조107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유증은 단순 투자금액 확보뿐만 아니라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캐즘으로 인해 이차전지소재의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대응책의 성격도 일정 부분 지니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2년 2581억원의 EBITDA를 기록해 최근 5년 사이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수요 감소로 인해 2023년 1735억원, 2024년 1849억원으로 이전만 못한 EBITDA를 기록했다. 정 전무로서는 산업 사이클이 다시 호조세에 들어설 때까지 포스코퓨처엠의 재무적 여력을 보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고민했다고 볼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EBITDA 및 순차입금 추이. (자료=THE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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