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포스코퓨처엠이 올 하반기부터 재무 전략을 바꿨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예상치 못한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 여파로 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외부 차입 부담을 낮춘 것이 배경이다. 유동성 관리에 숨통이 트이자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병행하며 중장기 설비 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 포스코퓨처엠이 공격적인 재무 전략을 택하자 시장이 바라본 시선이다. 재무 개선에 이어 실적도 반등하면서 투자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평가다. 특히 4조원을 상화한 총차입금이 3개월 만에 3조원대로 떨어지면서 외부 차입 여력이 높아진 점도 전망을 뒷받침한다.
◇회사채부터 발행…신용등급 '뒷받침'
포스코퓨처엠은 내년 1월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연초부터 채권 시장을 찾아 자금 조달에 속도를 높인 모습이다. 올해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구조를 먼저 정비한 뒤 외부 차입에 나서는 순서를 택해 시장과의 호흡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높은 신용등급이 뒷받침되면서 조달 여건도 우호적인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다.
포스코퓨처엠 포항 양극재 공장.
2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내년 1월 총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는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발행해 트랜치(만기)별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포스코퓨처엠이 1월부터 회사채 발행을 택한 점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통상 연초는 기관투자자의 자금 집행 여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해 우량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는 시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AA-(안정적)를 보유한 포스코퓨처엠이 안정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다.
포스코퓨처엠은 올 7월 유상증자로 확보한 1조1000억원에 더해 신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GM과 합작해 캐나다에 구축 중인 양극재 생산공장과 국내 양극재 공장 증설에 자금을 투입한다. 아울러 천연흑연 음극재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등 공급망 내재화를 목표한다.
포스코퓨처엠은 투자 로드맵부터 대폭 수정했다. 먼저 포스코퓨처엠은 이달 15일 구형흑연 생산 내재화를 목표로 설립된 퓨처그라프에 유상증자 형태로 37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연도별 출자액을 기존 1469억원에서 3590억원으로 늘렸다. 반면 올해 출자액을 1304억원에서 106억원으로 줄였다. 내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투자도 단행했다. 최근 북미 시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포스코퓨처엠은 포항 영일만 4 일반산업단지에 LFP 양극재 전용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착공해 2027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LFP 양극재는 모두 ESS용으로 공급한다.
◇실적 반등에 성공…총차입금도 4조 '하회'
포스코퓨처엠의 재무 전략 선회는 실적 개선 흐름과 맞물려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며 재무 지표 전반이 안정세를 보인 영향이다. 주요 고객사 물량이 안정화되며 양극재 공장의 가동률이 오르면서 단위당 고정비가 개선된 효과다.
실제 포스코퓨처엠은 올 3분기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4773.5% 늘어난 영업이익 66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2021년 이후 처음으로 6%를 돌파했다. 지난해 4분기 4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올 1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순이익도 464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재무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올 3분기 말 연결기준 포스코퓨처엠의 총차입금은 3조90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4조1032억원 대비 2016억원 줄어든 액수다. 특히 현금성자산도 같은기간 4318억원에서 8586억원으로 늘어 순차입금은 3조430억원을 기록했다.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도 개선됐다. 올 3분기 말 포스코퓨처엠의 부채비율은 104%를 기록했다. 이는 전 분기 150.7% 대비 45.3%p 줄어든 수치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기간 50.5%에서 42.8%로 낮아졌다. 실적 개선으로 유입된 현금이 부채 상환에 투입된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재무 개선에 힘입어 단기차입금 한도도 늘렸다. 이달 15일 기존 2000억원의 한도를 5000억원으로 늘린 내용이 골자다. 차입한도를 선제적으로 늘리며 안정적인 운영자금 조달을 목표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량이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정책이 대폭 수정되면서 배터리 업계의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포스코퓨처엠도 ESS 등 매출 다각화를 위해 내년부터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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