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캐피탈이 연체율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음에도 이사회 차원의 감시 및 견제 기능은 미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룹사인 한국투자저축은행과 판박이로 사외이사진을 구성하며 지주의 관리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을 뒷받침해 부동산금융자산 성장에 주력하는 '이중대' 역할에 집중하게끔 하는 지배구조다.
이같은 이사회 구성은 한투캐피탈의 리스크 관리 기능 약화의 이유가 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한투캐피탈 등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스트레스테스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경영유의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우택 한투캐피탈 대표 등 경영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스템으로 연체율 상승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한투증권 이중대' 역할 충실
한투캐피탈과 한투저축은행 공시에 따르면 양사는 동일한 사외이사를 기용하고 있다. 이원기, 서호성, 김대익, 김시목 사외이사 등 4인이 두 회사 이사회에 동시에 등재돼 있다.
이들은 한국캐피탈과 한투저축은행 사외이사로 부임한 날짜가 같다. 이원기 사외이사는 2020년 3월, 김대익 사외이사는 2021년 3월, 서호성 사외이사는 2024년 1월 한국캐피탈과 한투저축은행 이사회에 등재됐다. 김시목 사외이사는 지난 4월 양사에서 동시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특정 회사 이사진에 공석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겸직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선임 단계에서부터 겸직을 전제로 한 것이다.
두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통일한 건 지주의 경영 방침에 부합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한투캐피탈과 한투저축은행은 부동산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한투증권에 발맞추고 있다. 양사의 주된 포트폴리오도 부동산금융자산이다.
한투증권 외 계열사까지 부동산금융에 힘을 쏟게 하는 건 부동산 PF 규모를 키우고 효율적으로 딜을 소싱하는 차원이다. 초대형 IB로 자본시장 모험자본 공급 책무를 갖는 한투증권이 부동산금융에 의존하는 모습을 비추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투캐피탈과 한투저축은행이 짐을 나눠질 필요가 있었다. 소속 업권이 다를 뿐 양사의 주된 경영 목적이 사실상 같기 때문에 그룹 입장에선 이사회를 차별화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한투캐피탈 사내이사와 비상임이사도 한투증권 출신이다. 강용중 한투캐피탈 부사장은 한투증권 재무담당, 경영지원본부장, 경영기획총괄을 거쳐 한투캐피탈에 합류했다. 현재는 퇴임했으나 한투캐피탈 비상임이사를 지낸 유재권 전 이사는 한투금융지주 경영관리1실 소속이었고, 이후 한투저축은행 심사관리본부장으로 재직했다.
◇금감원 코드 엇나가는 지배구조
결과적으로 한투캐피탈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형 금융지주의 경우 지주 또는 계열사 이사회에서 리스크 관리 역할도 수행한다. 특정 자산 익스포저가 지나치다고 판단될 경우 경영진과 소통해 균형을 맞춰가는 식이다. 한투캐피탈이 수년째 연체율 우상향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사회도 그룹 방침에 부합하는 자산 성장 및 연체율 관리에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투캐피탈 등 한투금융그룹 계열사는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사항을 전달받기도 했다. 자회사 취급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크고 2019년 이후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룹 차원의 정기적 스트레스테스트 실시와 보고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봤으나 한투캐피탈 연체율은 올해 들어서도 잡히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2020년 1월~2022년 1월 사이 한투금융지주와 계열사간 내부 거래가 금융당국에 보고되지 않았고 공시도 안된 것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린 적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내부 거래를 이사회가 결재해 보고 누락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일반적이다. 한투그룹의 경우 지주 및 계열사 이사회 차원에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지 못하면서 제재를 받게 됐다.
사외이사 겸직은 2023년 말 금감원이 정립한 지배구조 모범관행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금감원은 지주 또는 계열사가 같은 사외이사를 둘 경우 계열사 독립 경영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겸직 체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한투캐피탈은 올해도 겸직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내부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