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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1963년 처음 상법이 시행된 이래 강력한 개정안으로 평가받는 이 법안을 두고 평가가 여전히 엇갈린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식시장 활성화 등 기대하는 시각이 있는 한편 경영 자율성 침해, 해외 투기자본의 악용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확실한 건 상법 개정이 한국 기업사(史)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점이다. 더벨은 상법 개정안이 국내 대기업집단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에 따라 종근당의 자사주 활용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 생겼다. 상법 개정안 통과로 국내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 의무가 강화된 상황에서 종근당이 보유한 자사주 4.5%에 대한 소각 압박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까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동시에 펼쳐왔던 종근당이 상법 개정에 따라 주주환원 정책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종근당은 신탁 취득 방식을 활용해 매번 100억원을 웃도는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소각은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신탁계약 활용' 자기주식 4%대로 확대, 소각은 미진행 올해 1분기 말 기준 종근당이 보유한 자기주식은 62만6712주다. 종근당의 전체 발행 주식은 1380만2780주로 전체 주식의 4.5%가 자기주식으로 구성돼 있다. 시가 기준 530억원 규모다.
종근당은 2020년대 들어 자사주 비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국내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자사주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2020년 0.71%에서 4%대까지 상승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해왔다.
최근까지도 자사주 매입 기조를 이어오던 가운데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변수로 작용했다. 이달 9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발의했다.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 중 하나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9월 처리할 예정이다. 현 정부는 시행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입법과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기업들은 빠르면 3분기부터 1년 이내 자사주의 소각을 진행해야 한다.
종근당은 신탁계약 방식으로 자사주 매입을 실행한다. 2020년 31만8897주 매입을 시작으로 올해 초까지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했다. 신탁계약으로 취득한 총 매입 금액은 500억원으로 집계된다. 이외 2018년 직접 취득한 금액 65억원이 있다.
이 기간 동안 자사주를 소각한 사례는 아직 없다. 임직원 주식 보상 등으로 주식을 처분한 사례도 없어 지금까지 매입한 자사주를 온전히 보유하고 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병행, 유동적 대응 계획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실행 여부에 따라 종근당의 주주가치 제고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병행해왔지만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자사주 매입 역시 실질적인 현금 유출로 이어진다.
종근당은 신탁 계약을 통해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한 2020년을 기점으로 배당 규모도 점진적으로 커졌다. 주당 900원 배당을 시작으로 1000원을 거쳐 1100원으로 커졌다. 매년 사용한 현금배당금 총액은 100억원을 넘는다.
이번 상법 개정안을 제외하더라도 종근당은 당분간 자금 지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시흥 배곧 통합연구단지 설립한다고 밝히면서다. 투자 금액은 2조2000억원으로 먼저 다음달 18일 950억원을 쏟아 토지를 취득한다.
이외에도 시설투자 등에 대한 비용을 다년간 투자할 계획이다. 당시 추가 조달은 최소화하고 현재 보유한 자금을 활용한다고 전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현실화된다면 자금 지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주주환원 확대의 일환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상법 개정안 시행 여부와 시행 시기에 따라 의사결정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