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업계는 '삼성·한화·교보'의 빅3로 재편된 지 오래다. 그간 많은 도전자들이 빅3의 아성을 깨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은 혁신도 경쟁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금융지주들이 보험업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중상위권 업계에선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중하위권 보험사들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인구 변화에 따른 구조적 성장 둔화 등 보험업 전반을 둘러싼 위험요인은 중하위권 보험사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봤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우리금융 자회사로 공식 편입되면서 생명보험 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예고된다. 업계는 지주 계열 대형 생명보험사의 또 다른 등장을 관심어린 시선으로 보면서도 우려 역시 드러내고 있다. 두 회사의 통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두 회사가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막판까지 가장 쟁점이 되는 건 '인사' 문제다. 인력이나 조직이 중복되는 데다 근로 조건은 물론 인사 시스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걸 해결하는 건 대표이사일 수밖에 없다.
◇'결단력' 보여준 성대규 대표, '다른 카드' 없었다
성대규 대표이사가 우리금융 품에 안긴 동양생명의 수장으로 내정된 건 지난해 9월이다. 어느덧 1년을 향해가고 있다. 자회사 편입은 물론 인수 자체가 불투명하던 시기였음에도 일찌감치 대표로 내정돼 인수 작업과 추후 있을 우리금융 편입 작업을 준비했다.
인수추진단장으로 선임된 건 9월이지만 사실은 훨씬 더 먼저 낙점됐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특히 우리금융 내부는 물론 외부에도 성 대표만큼 적합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 처음부터 다른 인물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성 대표는 과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특히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합병 이후에도 한동안 인사 문제 때문에 내부 갈등이 컸는데 성 대표는 자신이 신한생명 대표 출신임에도 신한생명 출신 임원들을 대거 정리하는 결단력을 보여줬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보다 한층 난이도가 높아보이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 작업을 이끌 적임자로 선택된 이유 중 하나다.
성 대표는 보험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뼈대가 굵은 인물이다.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원과 기획재정부, 청와대를 거쳐 금융위원회 보험과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보험개발원장을 지내고 2019년 신한생명 대표로 취임했다.
2021년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을 주도하고 새롭게 출범한 신한라이프 초대 대표를 맡았다. 두 회사의 물리적 결합뿐 아니라 신한라이프 통합 1년 1개월 만에 임금 및 직급체계 등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내며 화학적 결합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왼쪽부터 성대규 동양생명 대표, 곽희필 ABL생명 대표.
◇사실상 전권 넘겨…경영 간섭 최소화
우리금융 역시 최대한 성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성 대표는 공식 취임한 7월 이후 매우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자신과 호흡을 맞출 주요 경영진을 대부분 교체했다. 특히 추후 ABL생명이 동양생명에 흡수합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ABL생명 대표 선임 과정에도 성 대표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곽희필 ABL생명 대표는 과거 신한라이프에서 성 대표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CFO(최고재무책임자)로는 회계법인 출신을 선임했다.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자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양생명 문희창 CFO와 ABL생명 지성원 CFO는 둘 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과정에서 컨설팅을 맡았던 딜로이트안진 출신이다.
이밖에 동양생명 CIO(최고운용책임자)로는 신한라이프 출신인 이용혁 상무가 선임됐으며 ABL생명에서도 재무는 물론 영업과 전략을 책임지는 인물이 외부에서 새로 왔다. 이성원 전 신한라이프 마케팅그룹장이 영업채널총괄 부사장으로 선임됐으며 CSO(최고전략책임자)로는 최근녕 상무가 딜로이트안진에서 영입됐다.
향후 신한라이프나 딜로이트안진 출신을 더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동양생명은 방카슈랑스(BA), 인사(HR), 결산, 경영전략 등의 4개 보직에는 직무대행 체제로 부장급 직원을 투입했다. ABL생명에서도 FC실장, 자산운용실장, 상품실장 등은 올해 연말까지로 임기가 연장됐다. 추후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이들 역시 순차적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사실상 전권을 성 대표에게 넘기고 최소한의 관여만 하고 있다. 우리금융 출신 중에선 동양생명이나 ABL생명으로 이동한 인물이 없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통틀어 이정수 우리금융 전략부문 부사장만 동양생명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우리금융의 주요 M&A 전략을 직접 짠 인물인 만큼 이번 이사회 합류가 어느 정도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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