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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CFO

유병각 현대글로비스 전무, 순풍 탄 밸류업·해운실적

⑤든든해진 항공·플랫폼 등 신사업 확장 기반…주주환원도 강화에 '방점'

최은수 기자  2025-08-08 15:46:08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현대글로비스의 CFO 유병각 기획재경사업본부장(전무·사진)은 부임 후 기업가치 제고와 실적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2023년 부임 초만 해도 암운 속에 있던 해운 사업이 조선업 슈퍼사이클 재도래와 물동량 증가 등 호재가 이어지며 반등한 결과다.

현대글로비스는 사업 호조로 확보한 유동성을 다양한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의 성과와 주가 상승 주주환원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직접 맞물려 있는 점도 그룹 재무통 출신인 유 전무에 업계의 이목이 한층 더 쏠리는 이유다.

◇ 유병각 전무, ‘정의선 세대’서 중용된 그룹 재무 키맨

유 전무는 1967년생이다.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30여 년간 그룹에 몸담아 왔다. 현대차에서 재무 임원으로 승진하며 2017년 2월 이사대우로 재경기획지원팀장을 맡았다.

이후 2018년 3월 상무로 승진해 재무관리실장을 역임했으며 현대차 CFO를 보좌하며 그룹 재무를 총괄했다. 2019년 5월에는 북미권역(미국·캐나다·멕시코) 재경실장을 맡았고, 2023년 3월부터 현대글로비스 CFO로 일하고 있다.

유 전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체제가 시작되며 부상했다.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던 2017년 하반기 대규모 정기 인사에서 임원으로 진급했다. 업계는 당시 발탁된 신임 임원들을 차세대 리더 즉 '정의선 세대'로 분류한다. 정 회장 체제를 기점으로 기존 그룹 주요 인사들이 물러난 자리를 유 전무 등 새 인물들이 채운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의 현대글로비스 CFO 선임은 그룹 차원의 재경 일원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 시기 부임한 인사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유 전무와 마찬가지로 현재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인 이규복 사장 역시 그룹 재무통 출신이다. 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 CFO 역시 그룹을 경험한 인사들이 전면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중심 지배구조 개편’ 구상과 맞물려 현대차 출신 대표적 재무 전문가 두 인물이 현대글로비스 경영을 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중 가치가 가장 높아 그룹 승계 구도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유 전무 부임 이후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2배 이상 상승했다.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제고는 단순한 실적을 넘어선다.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정 회장이 지분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유 전무 역시 이러한 과제를 안고 CFO에 선임된 것으로 보인다.

◇ 양호한 수익성·재무 상황,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 예고

현대글로비스는 안정적인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 전무가 CFO에 취임한 2023년은 글로벌 시황 악화로 실적이 다소 주춤했지만 작년과 올해 들어 이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2024년 말 현대글로비스의 별도 기준 누적 매출은 21조6347억원 영업이익은 1조247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9%(19조5000억원→21조6347억원), 영업이익은 18.1%(1조565억원→1조2477억원) 증가했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2022년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5조4846억원, 영업이익 3734억원으로 호조세를 이어갔다.

재무 여력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과 신사업을 함께 겨냥한 공격적 투자도 진행 중이다. 항공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한편 ‘스마트 모빌리티’로 촉발된 그룹의 대전환 속에서 카셰어링 서비스 등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도 모색하고 있다.

2025년에도 상당한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자본적지출(CAPEX)은 1985억원으로 전년 동기(1921억원) 대비 늘었다. 2030년까지 총 9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에 맞춰 CAPEX를 확장하며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투자 확대에도 견조한 사업 성과와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유 전무 부임 전 현대글로비스의 별도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조원을 밑돌았지만 2024년 2조1432억원으로 반등했다. 현금성 자산도 설립 이래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현대글로비스는 연이은 호조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주당 배당금 최소 5% 인상'과 '배당성향 25% 이상 유지'를 골자로 한 밸류업 정책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특히 배당성향을 25% 이상으로 높여 주주환원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글로비스의 배당 확대와 지분가치 상승은 모두 정 회장에게 긍정적인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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