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미국 관세 장벽과 수익성이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아웃(Peak Out)'의 우려 앞에 서 있다. 2024년 부임 후 안정적인 재무성과를 달성하며 그룹 내 입지를 굳혔던 이승조 부사장(CFO·
사진)에겐 이같은 난제를 재무적으로 풀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에 발표한 가이던스(실적전망치)는 유지할 방침이다. 재무라인에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수익성 회복과 관세 충격 최소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CFO 선임 후 양호한 경영성과, 1년 만에 부사장 승진 이 부사장은 경영관리실장, 재경사업부장, 기획재경본부장 등 재무·회계·경영관리·감사 부문을 거친 재무통이다. 1969년생으로 비교적 늦은 나이인 만 48세에 임원급인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이후 6년 만인 2024년 정기임원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는데 2025년 정기임원 인사를 거쳐 일 년 만에 부사장에 올랐다.
2023년에는 현대차가 지분투자한 금호익스프레스에서도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은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금호익스프레스에 150억원을 투자해 수소버스를 금호익스프레스에 공급하려 했다. 현대차 입장에선 양사 협업 범위와 규모를 확대해야 하는데 이 부사장이 프로젝트의 법적·재무적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는 역할을 했다.
2024년 3월부턴 현대자동차 사내이사에 선임돼 이사회에도 참여 중이다. 주요 의사결정에 조언을 더하며 현대자동차의 재무 균형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정의선 회장 체제 출범 이후 CFO가 이사회에 포함되기 시작했고 이 부사장도 이 길을 걷는다. 이를 통해 현대자동차 CFO의 위상이 과거 대비 한층 강화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인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비상임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세 곳 모두 현대차그룹의 전속금융사(캡티브) 역할을 수행 중이다. 현대차 연결 실적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만큼 이 부사장이 현대자동차의 CFO로서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이 CFO 체제에서 현대자동차는 2024년 목표 가이던스를 달성하며 양호한 성과를 나타냈다. 2023년 말 공개한 2024년 목표 연간 가이던스는 매출액 성장률 4~5%, 영업이익률 8~9%였다. 실제 2024년 매출액은 175조2311억원으로 전년 동기(162조6636억원) 대비 7.7% 증가하며 아웃퍼폼했다. 영업이익률도 8.1%를 기록하며 가이던스를 달성했다.
◇녹록지 않은 2025년…해외 판로 확대·자본 리쇼어링 구심점 역할 다만 2025년 현대자동차 사업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협상이 타결된 8월부터 미국으로 향하는 품목에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부담이 본격화되기 전인 올해 2분기 실적에서도 여파가 나타났다. 2025년 2분기 매출액은 48조286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후퇴한 3602억원을 기록했다.
누계치로 살펴봐도 볼륨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세다. 올해 상반기 누적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은 92조6944억원, 영업이익은 7조2352억이다. 각각 전년 동기 누적 매출액은 85조6791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7조836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률은 9.8%에서 7.8%로 내렸다.
이 CFO의 당면 과제는 관세 부담을 해소하면서 시장에 혼재한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를 걷어내는 일이다. 주안점은 미국 현지의 시장 점유율 및 손익 방어가 될 전망이다. 관세 시나리오별로 현지 생산 확대를 검토하면서 단기 대응과 중장기 전략을 통해 근본적인 펀더멘탈 개선도 이 CFO가 직접 집도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운영 중이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국내에 부품 생산 기지를 둔 곳이 많다. 작년에만 우리나라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달러(약 12조1000억원)이다. 15%의 관세가 적용된 후엔 타격이 불가피한만큼 출구 확장을 위해 이 CFO가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움직일 전망이다.
이 모든 것을 적시에 풀기 위한 투자 재원 마련도 그의 역할이다. 현대차는 정부의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제도 개편을 활용해 해외 자회사들의 유보금을 본사 유동성으로 활용하고 있다. CFO가 각사마다 현지 사정에 밝아야 한다. 닥쳐온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자본 리쇼어링 과정에서 이 부사장이 운용의 묘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