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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 효율화 전략 통한 현금 흐름 개선 지속

면세 사업 운영 효율화 통한 재고 축소, 확보된 유동성 금융 자산 투자 병행

정유현 기자  2025-08-29 13:46:50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호텔신라가 면세사업의 수익성 부담이 지속되고 있지만 상반기까지 운전자본 효율화를 통해 현금이 도는 구조를 마련하는데 집중했다. 매출총이익 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회수율을 끌어올리고 비용을 절감하면서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보유 현금을 금융 자산으로 운용하면서 이자 수익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매출채권 및 재고 자산 대폭 축소, 순손실 불구 현금 흐름 흑자 전환

호텔신라의 2025년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785억6219만원으로 3억7387만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던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출발점인 반기 순이익은 -7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전년 동기 258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됐지만 운전자본 관리와 비현금 조정 항목 등에 힘입어 실제 현금흐름은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2025년 정기인사에서 약 6년 만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조병준 상무로 교체된 이후 내실 경영에 고삐를 죈 노력은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고환율과 중국 관광객 감소 등 면세 시장 악조건 속에서도 체질 개선에 집중한 결과다.


실제 지난해 1분기 -524억8782만원까지 확대됐던 영업활동 현금흐름 적자는 같은 해 상반기 3억원 수준으로 축소되며 손익 분기점에 근접했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 1152억7390만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상반기 누적으로도 흑자 폭이 공고해졌다.

다만 본업의 현금 창출보다는 아직까지는 재고자산·매출채권 등 운전자본 항목이 개선되며 가능했던 흐름이다. 2024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줄어든 항목은 재고자산이다. 1년간 약 1968억원(23%)을 줄였다. 재고가 줄면 상품을 팔아 현금으로 전환되거나 추가 매입을 줄여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현금흐름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의 대량 매입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재고 부담이 불가피했다.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 수요에 맞춘 즉시 매입 및 판매 체제가 자리 잡아 재고 관리가 한층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채권도 빠르게 회수하며 약 17%(928억원) 감소했다. 매출채권은 외상 매출금 성격이어서 장부에는 매출로 잡히지만 현금은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 이를 줄였다는 것은 그만큼 회수 속도가 빨라져 현금 유입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반대로 외상값 개념인 매입채무는 같은 기간 약 928억원 감소했다. 거래처 대금을 지급하면서 현금 유출 요인이 됐지만, 재고와 매출채권 축소 속도가 더 빨라 전체적으로는 영업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신라 측은 "전년 동기 대비 올해 상반기말 회수금액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다보니 최종 채권 잔액이 감소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영향을 줬다"며 "면세사업의 운영 효율화를 통해서 재고를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보된 유동성 기타금융자산으로 배분, 수익성 보강

호텔신라는 투자활동에서 수익성을 보완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상반기말 기타금융자산은 약 1830억원으로, 637억원에 불과했던 작년 동기 대비 약 1190억원 늘었다. 2024년 말 397억원과 비교해도 1400억원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현금성 자산은 큰 폭의 변화가 없는 만큼 단순히 보유 현금의 계정을 이동시킨 것이 아니라 운전자본 관리로 생긴 여유 자금을 금융상품에 배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상반기 이자 수취금은 65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기 보다는 현금을 단순 보유에 두지 않고 금융자산에 배분해 수익성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 안정성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하반기 관광 성수기 효과가 더해지면 실적 개선 기대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점도 호재다. 호텔신라는 이에 발맞춰 영업·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며 수익성 끌어올리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호텔신라 측은 "보유한 현금을 금융 상품으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기타금융자산이 증가한게 맞다"며 "하반기에도 TR부문은 시장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지속적으로 내실 경영에 주력하고 호텔&레저부문은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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