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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하나은행 10년

'계파 갈등' 원천 차단, 배경엔 서울은행 합병 경험

③피인수 법인 출신 김정태·함영주 경영 주도권…이승열 등 외환 출신 중용해 융합

최필우 기자  2025-09-04 14:44:25

편집자주

2015년 9월 1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제막식이 열렸다. 큰 진통을 감수한 끝에 단행한 합병은 은행권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꼭 10년이 지난 지금 통합 하나은행은 리딩뱅크로 올라섰다. 단자회사로 시작한 후발주자가 기성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대형 은행 합병 성공 사례를 보여준 양행 통합은 메가뱅크를 꿈꾸는 국내 은행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합 하나은행 10년 성장사와 리딩뱅크 도약을 이끈 키맨들을 조명한다.
계파 갈등은 국내 은행권에서 잊혀질 만하면 떠오르는 화두다. 크고 작은 은행들의 통합을 거쳐 지금의 대형 시중은행이 만들어진 영향이다. 행내 영향력이 큰 현직 임원들에게 여전히 출신 은행과 계파가 꼬리표처럼 남아 있다. 특히 대형 은행 간 합병이 이뤄졌을 땐 구성원 조화를 이루기가 녹록지 않다.

통합 하나은행은 한국 은행사에서 계파 갈등으로 논란을 일으키지 않은 몇 안되는 은행이다. 충청·보람·서울·외환은행과 잇따라 합병한 점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PMI(인수 후 통합)가 이뤄졌다. 특히 난이도가 높았던 외환은행과의 합병 후에도 잡음이 없었다. 그 배경엔 피인수 법인 출신으로 그룹 회장까지 오른 함영주 회장의 경험과 리더십이 있다.

◇서울·충청 포용 가능한 리더십…외환 반발도 최소화

단자회사 한국투자금융에서 후발 은행으로 출발한 하나은행에게 인수합병(M&A)은 단기간에 외형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은행 간 M&A는 다양한 변수를 내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구성원 간 조화를 이루는 게 가장 까다로운 과제로 꼽힌다. 합병 후 효율화 과정을 거치면서 행내 인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오른쪽), 김정태 전 회장(왼쪽)

하나은행 M&A 노정의 첫번째 고비는 서울은행 인수합병이었다. 앞서 충청은행, 보람은행 인수와 비교하면 난이도가 높았다. 충청은행의 경우 임직원을 전부 인수하지 않았고 보람은행은 후발은행으로 조직 문화와 영업 관행이 비슷한 곳이었다. 서울은행은 지방은행으로 역사가 깊고 임직원 수도 당시 하나은행보다 많아 진통을 감수해야 했다.

합병 이후 서울은행 계파가 두드러지지 않게 된 건 사실상 주류가 됐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창립 멤버인 김정태 전 회장은 그보다 앞서 서울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김 전 회장이 후계자로 낙점한 함 회장도 서울은행을 거쳐 하나은행에 합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은행 출신 회장이 연속해서 배출된 셈이다.

함 회장은 서울은행 뿐만 아니라 충청은행 출신 구성원까지 융합시킬 수 있는 카드였다. 그는 부행장 시절 충청영업그룹 대표를 맡아 전국 최상위 영업 조직으로 도약시켰다. 충청영업그룹은 충청은행 인력과 인프라를 계승하고 있다. 여기에 외환은행 구성원 반발을 사지 않을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돼 통합 하나은행 초대 은행장에 선임됐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오른쪽), 이승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왼쪽)

◇외환 출신 행장 배출, 사라진 분열 가능성…성과주의도 한몫

이같은 함 회장의 이력은 균형잡힌 인사 관행 정착 계기가 됐다. 그는 하나은행장 시절 각행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인사를 했다. 재무·외환 분야에는 외환은행에서 합류한 인사들이 요직에 기용됐다. 충청권에서는 지역 전문성을 가진 충청은행 출신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보람은행 출신은 프라이빗뱅킹(PB), 서울은행 출신은 신탁 분야를 주로 맡았다.

탕평 인사 기조는 외환은행 출신 하나은행장을 배출하며 정점을 찍었다. 외환은행을 거쳐 하나은행 임원이 된 이승열 하나금융 부회장은 2023~2024년 하나은행장에 선임됐다. 함 회장 본인이 피인수 법인 출신으로 행장이 되면서 조직 융합에 기여했듯이 외환은행 출신 구성원들도 납득할 수 있는 인선을 한 것이다. 이 인사 이후 내부 분열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신 은행을 불문하고 성과가 뚜렷한 인사를 중용하는 성과주의도 갈등을 원천 차단하는 데 한몫했다. 올해 이 부회장 후임으로 하나은행장이 된 이호성 행장은 함 회장 못지 않은 영업통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행장은 1992년 하나은행에 합류한 창립 멤버로 본류에 해당하지만 경력 내내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 타행 출신 인사들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는 후문이다.

하나은행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1990년대에 입행한 공채 인사들이 승진이나 요직 부임 기회가 적다고 느낄 정도로 합병을 통해 합류한 인사들이 충분한 배려를 받았다"며 "함영주 회장이 구성원 조화를 염두에 둔 인사를 하는 동시에 강한 리더십을 갖추면서 내부 갈등을 차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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