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통합 하나은행 10년

고속 성장 원천 함영주의 '영업 제일주의'

②CEO 재직 기간 잇따라 최대 순익 경신…'성과 중심' 조직 문화 정착 일등공신

최필우 기자  2025-09-03 14:49:57

편집자주

2015년 9월 1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제막식이 열렸다. 큰 진통을 감수한 끝에 단행한 합병은 은행권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꼭 10년이 지난 지금 통합 하나은행은 리딩뱅크로 올라섰다. 단자회사로 시작한 후발주자가 기성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대형 은행 합병 성공 사례를 보여준 양행 통합은 메가뱅크를 꿈꾸는 국내 은행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합 하나은행 10년 성장사와 리딩뱅크 도약을 이끈 키맨들을 조명한다.
통합 하나은행 10년사에 가장 크게 공헌한 최고경영자(CEO) 1명을 꼽으라면 단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사진)이 거론된다. 통합 후 초대 행장으로 선임됐을 뿐만 아니라 현직 그룹 CEO로 하나은행 경영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가 행장과 회장으로 재직한 기간 하나은행은 역대 최대 순이익을 잇따라 경신했다.

함 회장이 초대 행장에 취임하면서 내세운 '영업 제일주의' 슬로건이 고속 성장 비결로 꼽힌다. 하나은행 대표 '영업통'으로 정평이 난 그는 CEO가 된 후에도 일선에서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또 공정한 평가를 통해 성과를 낸 구성원이 행내에서 대우받는 관행을 만들었다. 현 하나은행 영업 문화를 함 회장이 정착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첫해 1조원대 순익, 3조원대 '퀀텀점프'

하나은행은 그룹 실적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가 부진한 시기에는 하나은행 순이익이 그룹을 넘어설 때가 있을 정도다. 2010년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빅딜이 이뤄지면서 그룹 자본력을 통합 하나은행에 집중해야 했던 게 은행업 의존도가 높은 요인이다.


함 회장은 초대 은행장으로 하나은행의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외환은행 인수 효과를 바탕으로 은행업에서 발생하는 순이익을 대폭 늘리지 못하면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룹이 비은행 계열사 M&A라는 기회비용을 감수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하나은행의 선전이 절실했다.

함 회장이 영업 제일주의를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최상위권 시중은행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이익 규모를 키우는 게 급선무였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순이익에 도달하고 자본을 누적해 비은행 계열사 성장을 도모하는 게 그룹 로드맵이었다.

통합 하나은행 출범 이듬해인 2016년 순이익은 1조3727억원에 그쳤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외환은행과의 합병 시너지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으면서 다소 부진한 실적을 냈다. 통합 법인 출범 후 1년 더 걸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망 통합 관련 비용이 발생하는 등 실적을 개선하기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다.

2017년 함 회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순이익 2조1035억원으로 '2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는 통합 하나은행으로 출범하기 전까진 넘보기 어려웠던 실적이다. 합병 전 각행 순이익을 합친 것보다 큰 순이익을 실현하며 빠르게 시너지를 창출했다. 2018년에도 2조859억원으로 2조원대 순이익을 유지했다.

2022년 지주 CEO를 맡은 후에도 함 회장의 영업 제일주의는 지속됐다. 은행 중심의 자본 배치 전략을 주문했고 지방 중견기업 영업에 직접 나서는 등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2022년 하나은행 순이익은 3조958억원으로 3조원대에 올라섰다. 동시에 통합 하나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중은행 순이익 1위에 올랐다.

2023년엔 3조476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2년 연속 리딩뱅크 지위를 사수했다. 이후에는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영업 속도를 조절하고 있음에도 최상위권 경쟁에서 멀어지지 않고 있다.


◇통합 법인 구성원 하나로 묶은 성과주의

함 회장이 초대 행장에 취임하고 새로운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고속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합병에 앞서 충청은행, 보람은행, 서울은행과 합병하며 몸집을 불려 왔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던 다른 은행과 달리 대형사인 데다 오랜 전통을 가진 외환은행과 합병한 후에는 일원화된 조직 문화 정립이 필요했다.

함 회장은 통합 은행장으로 영업 제일주의를 강조하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하는 성과 중심 조직 문화를 안착시켰다. 본류라 할 수 있는 한국투자금융 출신은 물론 외환은행으로 입행해 통합 법인에 합류한 인력에게도 공정한 기회와 보상이 주어졌다. 건전한 내부 경쟁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영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은행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금융사가 합병하면 출신 은행별로 계파 갈등이나 알력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은행의 경우 통합 후에는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며 "특정 은행 출신이라 해서 요직에서 배제되지 않고 성과로만 평가받을 수 있게 되면서 영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