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세스바이오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한국예탁증서(KDR)를 미국 원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법인인 엑세스바이오는 KDR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 경영과 관련된 주주 공익권 행사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KDR을 원주로 전환하면 주주제안 등 소액주주의 주주권 행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원주로 전환할 시 매매가 사실상 힘들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전환한 원주는 코스닥 장내거래가 불가능한데다 미국에서는 비상장사라 원주 거래가 쉽지 않다. 기존처럼 국내 증시에서 거래하려면 다시 KDR로 전환해야 해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한다.
◇KDR 소유주 '공익권' 행사 제한, 원주 전환해야 가능 엑세스바이오 소액주주들은 현재 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지분을 모으고 있다. KDR 일부를 미국원주로 전환하기 위한 모금활동도 벌인다. 현재 주주들이 보유한 KDR로는 주주의 권리 중 공익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엑세스바이오는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이다. 2013년 국내 KDR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KDR은 외국기업이 국내 증시에 원활히 상장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원주식 발행회사와 한국예탁결제원이 예탁계약을 맺어 원주를 담보로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KDR을 발행한다. 엑세스바이오의 경우 원주 1주당 KDR 1주를 발행하는 조건으로 상장했다.
KDR을 소유한 주주들은 주주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이익배당청구권, 신주인수권 등 주주 개인의 재산적 이익을 위해 인정되는 '자익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KDR로도 주주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
문제는 엑세스바이오처럼 경영진과 소액주주 간 갈등이 빚어진 경우다. 갈등이 격화되면 소액주주들은 경영참여를 위해 지분을 모아 회계장부열람권이나 주주제안권, 이사 및 감사 해임청구권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를 주주의 '공익권'이라 한다.
하지만 KDR 소유 시 주주의 공익권에 제동이 걸린다. 계약상 주주는 예탁기관이고 KDR 소유자는 대상 회사에 대해서 예탁기관을 통해 권리를 간접적으로 행사하는 형태가 된다. 따라서 이 행사 범위가 원주의 경제적 가치와 직접 관련되는 자익권과 의결권으로 한정된다. 외국 기업의 예탁계약서에서 일률적으로 공익권 행사가 제한된다는 규정이 담긴 배경이다.
이 계약에 따르면 공익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소유자는 KDR을 원주로 전환해야 한다. 물론 소유자가 예탁기관에 공익권 행사를 위한 위임장을 신청할 수 있는 예외사항이 있으나 현실적·실무적으로 허용되고 있지는 않다.
◇원주 전환 시 美 장외시장으로 매매 가능, 비용부담도 문제 주주들이 수천만원의 비용을 감당하면서 엑세스바이오 KDR을 원주로 전환하려는 이유다. KDR의 원주 전환 비용은 주가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1DR당 40~60원 정도로 수수료가 책정돼 있다.
소수 주식을 바꾸는 데에는 부담없는 비용이지만 공익권을 행사할 만큼의 주식을 대량 전환하려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여기에 처리 및 환전 수수료 등 부대비용이 더 붙는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원주 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약 3000만~400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비용을 떠나 고려해야 할 더 큰 문제는 KDR을 원주로 전환 시 주식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점이다. 엑세스바이오는 KDR로 국내 증시에 상장했기 때문에 거래 대상이 KDR이다. 원주로 전환한 주식은 더 이상 장내 매매가 불가하다.
대신 원주를 지닌 소유자는 현지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다. 실제 과거 국내 상장된 홍콩기업 화풍방직 KDR 투자자들이 KDR을 홍콩 원주로 바꿔 홍콩시장에서 거래한 사례가 있었다.
홍콩 원주와 KDR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원주 전환 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원주로 전환해 거래하는 것이 더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례는 화풍방직이 홍콩증시에도 상장돼 있었기 때문에 원주 거래가 어렵지 않게 이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엑세스바이오는 미국에선 상장된 적 없는 비상장 법인이다. 따라서 원주 전환시 미국 장외시장에서 주식거래를 시도해볼 순 있지만 매매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속만 미국일뿐 현지에서 잘 알려진 기업이 아닌 탓에 주식 거래가 매우 어려워진다.
결국 공익권 행사 후 주식 매매를 위해 다시 KDR로 전환이 불가피하다. 처음 원주로 전환하기 위해 들였던 금액을 고스란히 다시 투입해야 해 비용을 이중으로 지출하게 된다.
원주로 전환하거나 KDR로 재전환 시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계약상 원주 전환 시 발생하는 비용은 KDR 소유자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현재 엑세스바이오 소액주주들은 원주 전환 비용 부담 책임이 회사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KDR의 원주 전환과 함께 엑세스바이오를 상대로 원주 전환 비용을 부담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소송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으나 계약상 소유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발행사에게 지우려면 회사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등 발행사의 귀책사유을 근거로 제시해야 해 입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슷한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SBI모기지처럼 국내 상장했던 외국기업의 최대주주가 자진 상장폐지 등 특수 목적으로 KDR을 공개매수하거나 원주로 전환하는 사례가 있었을 뿐이다. 이 경우 기업이 주도해 원주 전환을 추진한 터라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전환 비용을 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엑세스바이오의 경우 최대주주가 원주 전환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엑세스바이오 최대주주인 팜젠사이언스 관계자는 "일부 주주들의 원주 전환 요구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