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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의장 선임의 의미…SK식 경영 모델 이식

[크로스보더]②인텔+SK 출신 구성에서 SK 단독 구성으로 변모

허인혜 기자  2025-11-11 14: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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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M&A가 흔해진 시대, 기업의 '국적'은 여전히 상징적·실질적 의미를 지닌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반대로 해외 기업이 국내 기업을 사들였을 때 단순한 소유권 이전 이상의 다층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지배구조와 계열사, 경영환경의 재편과 그 과정에서의 거버넌스 충돌 등이다. 글로벌 M&A를 앞둔 기업들이 미리 대비해야할 어젠다이기도 하다. THECFO는 국적 변화가 지배구조와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조망해본다.
솔리다임 거버넌스 체계의 가장 큰 변화는 SK 체제로 전환이다. 과거엔 인텔 출신 임원들과 SK출신 임원들이 혼재돼 있었다면 지금은 최태원 회장이 의장을 맡으면서 SK하이닉스의 임원진들로 이사회룰 재구축했다. 인텔식 경영에서 SK식 경영으로, 효율 극대화로 경영 기조가 바뀌었다는 의미다.

최 회장의 이사회 진입과 의장 선임도 시사점이 크다. 최 회장의 역할이 SK그룹의 전반적인 전략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일인 만큼 솔리다임의 방향성을 정할 때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림으로써 향후 솔리다임의 주요 의사결정에 그룹 의지가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게 됐다.

◇'최태원 의장' SK 인사가 꽉 잡은 이사회

솔리다임의 초대 이사회는 SK하이닉스와 인텔 출신의 인력을 섞어 구성했다. 다만 초반부터 명확하게 보여준 구조는 이사회에는 SK하이닉스 인물을 다수로 구성하고 경영진에는 인텔 출신의 실무자를 배치하는 것이다.

2021년 12월 1차 계약 마무리 후 구축된 초대 이사회 멤버를 보면 박정호 전 SK스퀘어 부회장과 노종원 SK아메리카 사장(전 SK하이닉스 미주사업TF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전 SK하이닉스 사장) 등 SK하이닉스 인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로버트 크룩 인텔 전 부사장이 초대 CEO이자 보드 멤버로 포함돼 있다.

이후 SK하이닉스 경영진 개편에 따라 이석희 전 의장이 SK온으로 자리를 옮겼다.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직에서도 물러났다. 공백은 박 부회장(의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채웠다. 박 부회장은 인텔 인수 작업을 총괄한 그룹 핵심인물로서 2022년 이후 솔리다임 이사회를 이끄는 의장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경영진의 변화를 보면 낸드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진 상황 속에서 로버트 크룩 CEO가 전격 사임했다.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사장을 솔리다임 임시 CEO로 파견하고 동시에 이사회 일원인 우디 영을 신임 사장(President)으로 임명하여 경영 공백을 메웠다.


이 시기 이사회는 박정호 의장, 노종원 이사, 곽노정 이사, 우디 영 이사 등 SK 측 3인과 외부 전문가 1인 체제로 재편된 것으로 보인다. 실무진에는 인텔 출신 인사들이 남았지만 이사회는 SK가 장악하게 된다. 이듬해인 2023년 5월 솔리다임 이사회는 인텔 출신의 데이비드 딕슨과 노종원 사장을 공동 최고경영자(Co-CEOs)로 선임한다. 올해 9월까지 솔리다임을 이끌다 강진수·신궈 직무대행에게 바톤을 넘겼다.

공동CEO 선임과 함께 우디 영 사장은 임무를 마치고 퇴임한다. 이사회는 다시 SK 측 인사 과반에 인텔 출신이자 SK의 발탁인사가 포함된 이사회로 다시 재편됐다.

2024년 9월 솔리다임 이사회에는 중요한 변화가 찾아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신규 이사로 선임돼 곧바로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다.

2021년 이전 인텔 사업부 당시에는 인텔 이사회의 영향을 받았다. 이사회 멤버 중 솔리다임 운영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있었지만 SSD 사업부 만을 위한 리더십을 펼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창립멤버인 팻 겔싱어 전 인텔 CEO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를 이끌어온 업계 베테랑이다.

◇의사결정 구조 변화는

이사회 구성의 변화는 솔리다임의 전략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설립 초기에는 인텔 출신 인사들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인텔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로버트 크룩 인텔 전 부사장이 솔리다임의 초대 CEO를 맡았고 이사회에는 SK하이닉스의 당시 CEO였던 이석희 사장이 의장으로 올라갔다. 경영은 미국 현지 전문가, 의사결정은 SK 주도 구조였다.

현재는 SK 출신 인물들로 이사회 체계가 확립됐다. 다만 매각과 기업공개(IPO) 등 거버넌스가 대전환될 가능성이 거론돼 아직 완결된 구조는 아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지만 2025년 인수 2차 계약이 마무리된 이후 IPO 또는 외부 매각을 비롯한 구조 재편의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

만약 미국 나스닥 상장을 선택하게 된다면 외부 투자자의 유입이 필연적이다. 현재의 SK 주도형 이사회는 독립 이사 중심의 체제로 일부 변화가 불가피하다. 반대로 지분 일부 또는 전체 매각 시나리오가 채택되면 이사회 역시 전략적 파트너와의 공동 지배 체계로 바뀔 수 있다.


◇'흑전' 최태원 의장 선임의 의미

최태원 의장 선임은 우선 솔리다임의 흑자전환과 연결된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낸드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 국면에서 그룹 총수가 직접 보드 수장을 맡아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결합도를 높이겠다는 신호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 편입 후 2021년부터 3년 동안 8조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봤다. 2021년 1075억원, 2022년 3조3257억원, 2023년 4조343억원 등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솔리다임은 8307억원의 당기손익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2022년 4억6957억5200만원에서 지난해 8조8488억2400만원으로 2년 동안 88.4% 증가했다.

적자가 해소 국면에 들어서며 그룹 차원에서도 솔리다임을 본격적인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최 회장이 직접 이사회 수장으로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태원 의장이 의사결정의 최상단에 자리하고 강진수·신궈 직무대행 공동대표가 실무를 집행하는 구도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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