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지난 4월 터진 유심해킹 사태를 수습하면서 최근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함께 교체했다. 정보보안 사고 이후 재무 구조를 안정시키고 조직을 재편하는 역할을 새 인사들에게 맡긴 셈이다.
이를 통해 SK브로드밴드 코퍼레이트센터장을 맡아온 박종석 센터장(
사진)이 SK텔레콤 신임 재무총괄로 이동했다. SK텔레콤과 자회사를 모두 경험한 박 센터장이 내부체계 안정화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에게 주어진 과업은 보안 사고 이후의 수익성과 재무 변동 관리 그리고 자본정책 재정비가 꼽힌다.
◇'SK브로드밴드 사내이사' 박종석 센터장, 위기 대응 위해 콜업 SK텔레콤의 CFO 교체는 올해 10월 말 단행된 정기 사장단 인사와 임시 이사회를 통해 확정됐다. 기존 CFO인 김양섭 코퍼레이트플래닝센터장은 약 2년간 AI 전환과 재무 운영을 담당했으나 올해 발생한 정보 유출 사고와 보상 비용 반영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SK텔레콤은 보안 이슈 이후 불거진 여러 재무·거버넌스 현안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박 센터장이 CFO로 선임됐다. 그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를 오가며 재무·기획 기능을 넓게 경험해온 인사다.
박 센터장은 정통 SK텔레콤 출신은 아니지만 한국이동통신 시절 인수한 신세기통신 출신으로, 30년에 가까운 그룹 경력 속에서 경영관리와 기획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이번 인사에서 내부 안정화 역할을 맡을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SK텔레콤 경영기획팀 리더, SK브로드밴드 경영기획실장, SK텔레콤 경영기획1그룹장 등을 거쳤다. 2022년부터 다시 SK브로드밴드로 이동해 자금·예산·재무 운영을 총괄했다. 본사와 자회사 양쪽에서 재무 구조를 모두 경험한 점은 정보보안 사고 이후 필요한 조정·재편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3년부터는 SK브로드밴드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주요 이사회 안건을 직접 검토했다. 그의 이사회 경험은 앞으로 SK텔레콤 재무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두루 쓰일 것으로 보인다.
정재헌 신임 대표 체제와의 조화 측면에서도 이번 인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정 대표는 법조계 출신으로 보안사고 이후 중요해진 규제·법무 대응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대표 취임 이후 통신사업과 재무·경영관리 기능을 명확히 분리하는 방식으로 운영 효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명진 사장이 통신CIC장을 맡아 사업 전략과 실행을 담당하고 박 센터장이 재무정책·자금운영·자본관리 등 재무 분야의 핵심 역할을 맡게 됐다. 이는 대표 교체 이후 기능별 책임을 분리해 의사결정 체계를 안정적으로 정비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수익성 회복·자본 정책 재설정 등 과제 산적 국내 이동통신업계 핵심사인 SK텔레콤은 지난 5년간 매해 4조원 이상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보안 사고 이후 재무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5년 3분기 누적 별도 기준 EBITDA는 2조647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4264억원) 대비 22.7%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20년 이후 이어온 '연간 4조원 이상 EBITDA' 흐름이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레버리지 지표도 변화했다. 순차입금/EBITDA는 2024년 3분기말 1.5배에서 2025년 3분기 2.2배로 상승했다. 현금흐름에서 수익성 저하가 바로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고객 이탈 관련 손실, 약 17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보안 강화 차원의 약 7000억원 투자 등 비용 요인이 겹치고 있다. 2025년 수익성 전망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박 센터장이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로 ‘수익성 안정’이 지목된다.
자본정책도 새로 설정해야 한다. SK텔레콤은 보안사고 직후 3분기 중간배당을 중단하며 유동성과 재무건전성 확보에 집중했다. 향후 배당 재개 시점과 규모, 자사주 활용 여부 등 주주환원 정책은 박 CFO를 중심으로 다시 점검될 가능성이 크다. 수익성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자본정책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박 센터장을 중심으로 한 재무 안정화는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AI 기반 전환 전략과도 관련이 있다. 회사는 AI·클라우드·데이터 기반 사업 확장을 예고한 상황이며 이에 따른 자본적지출(CAPEX)도 증가할 전망이다. 신사업 확장과 재무 안정성 간 균형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향후 성과를 좌우할 수 있다.
SK그룹 차원의 투자 계획도 중요한 변수다. 그룹은 최근 최대 600조원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SK텔레콤에 배정될 구체적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룹 내 안정적 수익 창출 계열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투자 참여가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자체 현금 자원뿐 아니라 자본 조달 전략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SK텔레콤의 2025년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5363억원으로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CAPEX 확대, 보안 관련 지출, 단기 유동성 확보 등을 고려하면 다양한 형태의 자금 확충과 조달 전략이 불가피해 보인다. 재무 구조 전반을 조정하고 변동성 구간을 관리하는 역할이 박 센터장에게 주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