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KAI)는 2020년 자산이 5조원을 넘기면서 이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됐다. 한국형전투기(KF-21) 개발 사업을 비롯한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수주하며 기업 규모가 커져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다만 KAI에 속한 자회사는 4곳에 불과하고 그 규모도 작아 사실상 KAI 본사 하나로 구성된 집단으로 평가받았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후 5곳으로 유지되던 계열사 수는 지난해인 2025년에만 두곳이 추가되며 7곳으로 늘었다. 그 배경으로는 KAI의 투자처 다변화를 꼽을 수 있다. 고정익·회전익 등 기존 하드웨어(HW) 제조 중심의 투자가 소프트웨어(SW) 및 우주항공, 마케팅 등으로 옮겨가며 종속회사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KAI는 이들 신규 투자처 및 자회사를 활용한 HW·SW 연계 플랫폼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기업집단 지정 후 AI 투자 시동, 연결편입으로 이어져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이전 KAI의 자회사는 부품 및 발사체, 서비스 용역 등 기존 완제기 사업과 연관이 있었다. 자회사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항공서비스는 항공기정비를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에스앤케이항공, 에비오시스테크놀러지스 등은 각각 부품 제조업을 영위했다.
기존 사업의 밸류체인에 투자를 집중하던 KAI가 투자처 다변화에 눈을 돌린 시점은 기업집단 지정 직후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우주산업에도 손을 뻗쳐가던 회사는 위성 '다운스트림'에 해당하는 위성 운용, 데이터 활용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21년 9월 처음으로 위성·드론 데이터 분석 기업 메이사에 초기 투자했다. 첫 투자금은 40억원이었다.
스타트업 투자다 보니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KAI는 이후 영역과 금액을 늘려 SW 분야로 투자를 확대했다. 메이사 출자 직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업 코난테크놀로지(81억원)에 투자했고 메이사플래닛(위성영상 분석·28억원), 펀진(로봇 AI 솔루션·133억원), 젠젠에이아이(국방 합성데이터 솔루션·60억원) 등 투자처를 넓혔다.
지난해에도 투자 흐름을 이어갔고 이는 곧 계열사 수 증가로 이어졌다. 먼저 KAI는 지난해 6월 폴란드에 유럽법인을 신설하며 현지 수출 사업을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 2022년 폴란드와 4조원 규모의 FA-50 수출 계약을 체결했던 회사는 현지 마케팅을 강화할 목적으로 유럽법인을 설립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7월 코스닥 상장사 제노코를 인수하며 KAI는 처음으로 상장 계열사도 보유하기 시작했다. 제노코 역시 탑재체, 통신장비 등 위성통신 분야에 강점을 지닌 기업으로 KAI는 제코노 인수에만 500억원을 투입했다. 기술기업에 초기 투자를 진행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연결 자회사로 직접 편입하며 SW 영역으로 밸류체인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편입 초기 단계, 외형 확장 대신 정상화 집중 전망 KAI는 이제 막 그룹에 편입된 신생 회사의 무리한 확장보단 정상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신설법인의 경우 설립 초기임에도 본사와의 내부 거래를 통해 매출을 창출하고 있으나 그 규모는 10억원이 되지 않는다. 유럽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출범한 만큼 수출 사업 확대 여부에 따라 회사 규모도 커질 전망이다.
하반기 편입 절차를 마무리한 제노코는 모회사와의 시너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 2021년 두자릿수에 근접하는 9%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던 제노코는 2024년 적자전환 이후 아직 반등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제노코의 영업적자는 19억원으로 직전연도 적자(-22억원) 규모와 유사하다.
다만 시장에선 제노코가 KAI로 연결 편입되며 그룹 수주 물량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흑자전환에 다가갈 것으로 전망한다. KAI는 2012년 제노코와 첫 사업 협력에 나선 이후 이 회사의 핵심 고객사로 자리잡은 상태다. 제노코의 3분기 말 수주잔고 총액은 800억원 규모다.
KAI는 제노코와 국산 항공기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항공전자 부품을 공동개발하며 가격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중대형 위성과 초소형 위성 체계에서 각각 KAI와 제노코가 역할을 분담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