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명재열 전무로 교체했다. 전임 CFO가 감사·준법감시 등 내부통제 업무를 중심으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었다면, 명 전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거쳐 자산운용 분야에서 경력을 축적한 점이 특징이다.
자산 포트폴리오와 수익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CFO로 전진 배치한 배경에는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는 메리츠증권의 과제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메리츠증권은 국내 부동산 PF, 해외 부동산, 홈플러스 기업여신 등에서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을 안고 있다. 리스크를 통제하고 있지만 요주의이하 자산의 최종 정리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홈플러스 기업대출과 일부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건전성 지표상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증권은 업계 상위권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연 5000억~60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꾸준히 기록했고 추가적인 자본 확충도 병행했다. 이에 따라 자산건전성 지표 관리 부담을 감당할 체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 자산운용 전문가 CFO, 전무로 승진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2일 발표한 인사를 통해 CFO를 맡고 있는 명재열 경영지원실장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명 전무는 2025년 2월부터 경영지원실장으로서 재무·기획 기능을 총괄하며 CFO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명 전무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우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뒤 메리츠화재로 자리를 옮겨 자산운용기획 파트장, 팀장, 부장을 거쳤고 이후 상무로 승진했다. 자산운용 전략과 포트폴리오 관리 경험을 두루 쌓았다.
전임 CFO였던 전계룡 전 전무 역시 메리츠화재 출신이다. 그는 감사 업무를 담당하며 2019년부터 메리츠증권 준법감시인을 맡았고 2023년 CFO로 선임됐다. 다만 전 전무가 감사·준법감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반면 명 전무는 자산운용 전문가라는 점에서 역할과 강점은 뚜렷이 구분된다.
자산운용 전문가 출신 CFO를 전면에 내세운 메리츠증권의 선택은 위험자산 관리와 수익성 유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일 수 있다.
◇ 우발부채 관리 시험대 오른 재무라인 메리츠증권의 우발부채 부담은 최근 확대됐지만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유동성 관련 지표 역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2025년 9월 말 기준 우발부채/자기자본 비율은 156.3%로 2024년 말 대비 상승했다. 부동산 PF 대출확약 규모가 늘어난 가운데 2025년 3분기 중 3조원 규모의 기업금융 LOC 발급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해당 LOC는 10월 중 해소된 것으로 파악된다.
우발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부동산 PF는 서울·수도권 비중이 높고 시공사와 LTV 측면에서 질적 수준이 양호해 감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홈플러스 기업대출과 일부 해외 부동산은 주요 요주의이하 자산으로 남아 있어 자산건전성 지표 관리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홈플러스 대출의 경우 담보 대상 부동산 가치를 고려하면 회수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의 수익창출력은 이러한 재무 부담을 완충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5년(2020~2024년) 평균 총자산수익률(ROA)은는 1.4%로 같은 신용등급(AA-)을 보유한 증권사의 평균을 웃돈다. 순이익은 연간 5000억~6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발행된 5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와 중간배당 등을 고려하면 2025년 9월 말 약 7조1917억원이던 자기자본은 7조7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메리츠증권은 2025년 말까지 우발부채를 6조9000억원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한 상태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부담은 제한적이다. 증권사는 사업특성상 영업자금 운용과 조달이 일정 부분 맞물리는 구조다. 예수부채와 매도파생결합증권 등을 제외한 비매칭 차입부채 비중은 전체 부채의 약 20% 이하, 자기자본 대비 140%대 수준이다. 2025년 9월 말 기준 유동성비율은 125.0%를 기록했다. 우발부채를 반영한 조정유동성비율은 3분기 중 일시적인 기업금융 LOC 영향으로 100%를 밑돌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개선됐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