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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규제자본 점검

메리츠·한국투자증권…폭발적 발행 증가 배경은

⑥[증권]'부동산 중심' 메리츠, NCR 하락추세…업계 자기자본 1위 올라선 한투

고진영 기자  2025-06-20 11:03:14

편집자주

자본은 금융회사의 생명줄이다. 사업 확장의 기반이자 위기가 닥치면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가 된다. 금융사들은 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자본성증권을 활용해왔다. 특히 최근 잦아진 자본성증권 조달에선 두 가지 큰 흐름이 엿보인다. 업계가 마주한 규제 강화, 리스크 고조의 파도다. 금융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은 얼마나, 왜 늘었으며 자본의 질은 어떻게 변했을까. THE CFO가 분석해봤다.
증권사들의 자본성 금융채 발행은 최근 폭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규제 강화가 겹치면서 자본확충 수요가 급격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활발히 시장을 찾았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금융 등 ‘고위험 고수익’ 사업의 비중이 크다 보니 자본완충력이 두둑이 필요한 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발행어음 잔액이 거의 한계치까지 늘면서 한도를 높이기 위해 자본을 빠르게 끌어모았다.

◇지난해 2.3조, 역대 최다 발행… PF리스크·규제 압박

THE CFO 집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2020년부터 올 5월 말까지 약 5년 반 동안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8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43%를 넘는 3조7200억원이 지난해 이후 조달한 금액이다.

증권사들이 찍은 자본성증권은 2024년 2조3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전년 대비 1조원 가까이 급증,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부동산 PF의 부실 여파로 증권사들 신용도가 줄강등될 위험에 처해있었기 때문이다. 대형·중형사를 막론하고 11곳의 증권사가 발행 러시를 펼쳤다.


자본확충이 더 시급했던 이유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 있다. 당국은 부동산 PF와 관련한 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손보겠다는 논의를 계속해왔으며 강화된 PF 사업성 평가기준을 지난해 도입했다.

올 4월엔 금융위원회가 순자본비율(NCR) 산출 방식을 부동산 PF 채무보증 부담을 높이는 방식으로 개편하고 총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한도 규제를 신설하기로 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인 발행 행렬이 이어진 배경이다.

대표적으로 메리츠증권이 작년 신종자본증권으로 6200억원을 조달했고 그간 자본성증권을 거의 찾지 않았던 신한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4600억원, 37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찍었다. 올해 역시 5개 증권사가 1조397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공격 행보' 메리츠, 자본성증권 완충재로

유난히 눈에 띄는 곳은 메리츠증권이다. 2020년 이후 누적 발행액이 압도적으로 많아 거의 2조원에 달한다. 이 기간 2023년을 제외하곤 신종자본증권을 중심으로 매년 자본성증권을 찍어냈다. 유동성이 넘쳐 대부분의 증권사가 자본확충을 멈춘 2021년에도 이례적으로 445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그 해 발행된 자본성증권의 약 70%가 메리츠증권 몫이었다.


메리츠증권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뛰어들어 외형을 키운 곳이다. 자기자본 7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증권사로 성장한 배경엔 부동산금융이 있다. 대형 딜에 적극 참여하면서 사업 성장에 따른 자본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자본성증권을 활발하게 활용해왔다.

하지만 꾸준한 자본확충에도 불구 메리츠금융의 자본적정성 지표는 2022년 이후 쭉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작년 이후론 메리츠캐피탈 출자와 홈플러스에 대한 대손준비금 증가 등의 영향으로 총위험액이 증가했다. 홈플러스에 대한 전체 금융권 익스포저가 1조4000억원 규모인데 메리츠증권 비중이 6551억원으로 절반에 가깝다.

실제 2022년 1684%였던 메리츠증권의 NCR은 올 1분기 말 1234%로 떨어져 10개 종합금융투자사 하위권(8위)로 밀려난 상태다. 올해 524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을 찍은 것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3월 말 기준 자본성증권의 발행잔액이 영업용순자본의 50% 수준까지 늘어난 만큼 추후 자본관리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2년새 '1.5조' 확충한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역시 메리츠증권 못지않은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3년 50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발행하자마자 지난해 유상증자로 모회사에서 3000억원을 지원받았다. 올해 역시 3월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목적으로 발행했다. 불과 2년 새 1조5000억원의 자본을 끌어온 셈이다. 덕분에 별도 자기자본이 10조원에 도달,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업계선 한국투자증권의 신속한 자본확충을 발행어음 사업의 한도 확대를 위한 밑작업으로 바라본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초대형 IB 중 처음으로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증권사다. 그러나 지난해 잔액이 17조원을 넘으면서 신규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해졌다. 현행 규정상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만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발행으로 자본을 불리면서 발행어음 한도는 지난해 말 18조6000억원에서 20조원으로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IB 수익이 주춤한 추세"라며 "한국투자증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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