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은 거시적 위협, 규제 변화에 대응하는 수동적 패턴이 두드러졌다. 4대 시중은행들의 발행규모가 시장환경보다는 개별 전략에 따라 달라진 것과 대조된다.
공통된 흐름에서 튀는 양상을 나타낸 곳은 아이엠뱅크(옛 대구은행)다. 적극적인 인수합병, 시중은행 전환 등 그룹 차원의 확장 정책이 조달전략을 움직이고 있다.
◇지방은행, 5년간 1조 발행…바젤III·코로나19 '변곡점' THE CFO 집계에 따르면 국내 지방은행들이 2020년부터 올 5월 말까지 약 5년 반 동안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1조1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아이엠뱅크를 포함했을 때의 금액이다.
애초 지방은행들은 자본성증권 발행규모가 연 4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지역에 기반한 자본규모로도 규제비율 충족에 크게 문제가 없었던 데다, 시장 인지도나 수요 측면에서 시중은행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젤III 최종안이 2020년 6월부터 단계적으로 조기도입되면서 지방은행은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 개편안은 중소기업 대출에 관련한 위험가중자산(RWA), 부도시 손실률(LGD)의 반영 비율을 줄여 BIS 자기자본비율을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소기업(SME) 대출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은 위험가중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공짜 자본을 얻은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누렸다.
실제로 지방은행의 평균 BIS 비율은 2019년 말 15.2%에서 2020년 말 16.7%로 대폭 점프했다. 2020년 지방은행들이 자본성증권으로 한 푼도 조달하지 않은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자본 여력이 저절로 늘어난 만큼 확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다 2022년 동시다발적인 조달에 나섰다. 경남은행이 그 해 2000억원, 부산은행은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찍었고 아이엠뱅크(1000억원)와 제주은행(500억원)도 발행에 동참했다.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 코로나19와 관련한 금융지원 조치가 2022년 9월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보니 부실채권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지방은행의 기반인 지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닥칠 타격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2023년엔 다시 발행이 주춤했는데, 크레디트스위스(CS) 은행의 코코본드 상각 사태로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의 위험성이 환기됐던 영향이 컸다. 국내 은행들은 보통주자본비율이 이미 양호한 수준어서 직접적 타격을 받진 않았으나 금리상승, 투자심리 위축 등이 발행 축소로 이어졌다.
줄줄이 발행을 재개한 것은 작년이다. 지난해 부산은행이 1000억원(차환), 전북은행 510억원, 제주은행이 500억원을 코코본드 등으로 조달했다. 차환 목적도 있었고 부동산 PF 부실 위험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한 것으로 풀이됐다. 금리 환경이 안정된 데다 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 조달→ 유증' 아이엠뱅크 …다음 스텝은 아이엠뱅크의 경우 다른 지방은행과 유독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1년 지방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자본성증권을 찍었다. 그 해 6~7월 두차례에 걸쳐 후순위채로 1000억원을 조달했다. 대출 성장이 가팔라지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급증한 만큼 자본적정성 관리가 요구됐다.
당시 아이엠뱅크는 2분기 원화대출금 성장률이 전년 말 대비 6.7%를 기록, 위험가중자산이 8% 넘게 늘었다. 그 결과 BIS 비율도 16.56%로 1%p 떨어지면서 자본확충을 추진했다. 이후로도 2022년 후순위채 1000억원, 다른 지방은행들의 발행이 없었던 2023년에도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찍었다. 3년새 총 4000억원어치를 조달한 셈이다.
여기엔 모회사 아이엠금융지주(100%)가 수림창업투자와 뉴지스탁 지분을 인수하는 등 2021~2022년 공격적인 확장에 집중한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적극적인 시장조달 기조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이엠뱅크는 2023년 7월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이후 오히려 발행을 멈춘 상황이다. 자본성증권보다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2023년 6월 2000억원, 2024년 6월과 11월 각각 1000억원씩 총 4000억원을 아이엠금융지주에서 지원받았다.
전국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려면 한 푼이 아쉬운데도 자본성증권 발행에 신중해진 이유는 해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있다는 평이다. 아이엠뱅크의 CET1은 2022년 말 기준 12.6%로 4대 시중은행 평균(14.0%)에 크게 못 미쳤다. 수차례 증자를 이어가면서 올 3월 말 기준 14.8%까지 올랐으나 아직 4대 시중은행 평균(14.9%)을 살짝 밑돈다.
다만 아이엠뱅크의 자본확충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 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위해선 자본력이 받쳐줘야 한다. 게다가 지주사로 보내는 배당금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애초 1000억원 안팎이었던 아이엠뱅크의 연간 배당총액은 2022년 1800억원대로 뛰었고 지난해엔 2000억원을 넘겼다. 금융지주들이 밸류업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부담이 아이엠뱅크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아이엠지주는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 4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10월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엠지주가 배당을 확대하려면 자금을 밀어올려줄 자회사는 사실상 아이엠뱅크 뿐"이라며 "예전처럼 증자를 기대하긴 어려워졌기 때문에 조달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