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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규제자본 점검

'비은행 강화' 우리금융, 발행증가세 톱…KB 넘었다

③[금융지주]지난해 이후 1.6조 발행, 업계 최다…M&A, 자회사 출자 급증

고진영 기자  2025-06-12 07:20:01

편집자주

자본은 금융회사의 생명줄이다. 사업 확장의 기반이자 위기가 닥치면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가 된다. 금융사들은 이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자본성증권을 활용해왔다. 특히 최근 잦아진 자본성증권 조달에선 두 가지 큰 흐름이 엿보인다. 업계가 마주한 규제 강화, 리스크 고조의 파도다. 금융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은 얼마나, 왜 늘었으며 자본의 질은 어떻게 변했을까. THE CFO가 분석해봤다.
금융지주들은 그룹 '자본 허브'로 기능하는 곳이다. 그래서 자본성증권 시장의 전통적인 수요처로 자리매김해왔다. 최근 보험사들 발행액이 급증하긴 했으나, 이는 규제 변화에 따른 것으로 금융지주의 꾸준하고 규모있는 발행 패턴과는 구분된다.

다만 최근 우리금융지주의 발행이 가파르게 증가한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최대 발행처이던 KB금융의 조달규모를 크게 넘어섰다. 10년 만에 다시 증권업을 시작하고 생명보험업에도 진출하는 등 비은행부문의 공격적 확대가 금융채 발행 흐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금융지주, 연간 발행규모 4.8조…코코본드 '단골'

올해 국내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은 5월 말까지 총 1조95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발행된 규모는 4조7700억원이다. 합산하면 약 1년 반 동안 찍어낸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규모가 6조7250억원에 이른다.


그간 금융지주사들은 매년 4조원 안팎의 자본성증권을 큰 요동없이 발행해왔다. 2023년까지만 해도 연간 발행되는 자본성 금융채 중에서 금융지주사 몫이 30% 정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이 킥스(K-ICS) 도입에 대응해 자본성증권을 무더기로 찍어내면서 최다 발행 업종이 보험으로 바뀌긴 했지만, 금융지주들은 여전히 자본성증권 시장의 단골손님이다.

금융지주들이 자본성증권을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이유는 그룹 전체의 자본 배분,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자본확충 뿐만 아니라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자본성증권을 활용한다. 자회사들보다 더 규모가 크고 빈번한 자본시장 활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자본규제 강화로 자회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자회사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중레버리지비율 부담이 생기고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 출자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며 금융당국은 130% 이하를 권고한다.

발행은 신종자본증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2020년 KB금융지주가 발행한 300억원, 2021년 하나금융지주가 발행한 2900억원의 후순위채를 제외하곤 전부 신종자본증권이다. 은행과 은행지주는 바젤III 자본규제에 따라 BIS자본비율 산정시 조건부자본증권만 규제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본자본(Tier 1)으로 인정되는 코코본드 중심으로 찍어내고 있다.

◇우리금융 발행 급증…증권·보험 진출에 대규모 지출

최근 눈에 띄는 변화는 우리금융지주에 있다. 과거 가장 발행이 많았던 곳은 KB금융지주인데, 2020~2023년까지 4년간 총 4조6750원, 연평균 1조1700억원 남짓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다음으론 같은 기간 총 3조3800억원, 2조9500억원을 각각 조달한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발행규모가 컸다. 하지만 작년 이후론 우리금융지주의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4000억원씩 1조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찍고 올해도 지난달 4000억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1년 반 사이 조달한 규모가 총 1조6000억원이다. 이 기간 KB금융의 발행규모는 8050억원에 그쳤는데 그 두 배에 달한다.

발행이 갑작스레 점프한 배경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그룹 차원의 전략과 맞물려 있다. 임종룡 회장의 취임 후 우리금융그룹은 수익 다변화와 타금융그룹에 대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비은행 사업 확대에 주력해 왔다. 특히 증권업 재진출,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 추진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자금 수요를 발생시켰다.

구체적으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우리투자증권을 농협금융에 판 지 약 10년 만이다. 비은행 부문의 핵심업권이라는 점에서 지주사의 전폭적 지원이 점쳐진다. 실제로 증권업 재진출을 염두에 두고 우리금융지주는 2023년 말 유상증자 참여 형태로 우리종합금융에 5000억원을 출자했다.

또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손에 넣으면서 그간 포트폴리오에서 비어있던 생명보험사를 채웠다. 계약 규모는 약 1조5500억원에 상당한다.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가 인수를 승인했으며 7월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별개로 비은행 성장동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NPL(부실채권) 투자전문회사인 우리금융에프앤아이에 1200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의 금융채 발행이 급증한 원인이다.

이밖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지난해 이후 각각 1조2000억원, 메리츠금융 5500억원, 농협금융5000억원, JB금융지주가 3700억원을 발행했다.

JB금융지주의 경우 2019년 2550억원의 조건부자본증권을 찍은 이후 3년간 발행이 없다가 2023년 1500억원, 2024년 3700억원어치 코코본드를 찍었다. 이중 차환에 쓴 4000억원 정도를 제외하고 자본 확충이 이뤄졌다. 지난해 말 전북은행과 JB우리캐피탈에 각각 1500억원을 출자한 만큼 이를 대비한 이중레버리지비율 관리 차원으로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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