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의 원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융당국의 규제 정상화에 발맞춰 선제적으로 고유동성자산을 확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제주은행이 작년에 이어 압도적인 1위를 유지했다.
반면 외화 LCR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규제 기준을 두 배 가까이 상회한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THE CFO가 국내 6개 지방은행(아이엠뱅크 포함)의 6월 말 기준 유동성 지표를 조사한 결과평균 원화 LCR은 124.13%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18.37%) 대비 5.76%포인트(p) 점프한 수치다. 금융당국의 규제 기준인 100%를 여유 있게 상회한다.
LCR은 '뱅크런'처럼 30일 이내 위기상황이 생겼을 때 은행이 즉시 현금 유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순현금유출액(Net Cash Outflows·NCOF) 대비 고유동성자산(High-Quality Liquid Assets·HQLA)이 많을수록 LCR이 높아진다. LCR이 낮아진다면 유동성 위기에 취약해졌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까지 원화 LCR을 97.5%로 한시적 완화했다가 올해부터 100%로 정상화했다. 지방은행들이 규제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LCR 평균이 크게 뛴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제주은행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제주은행의 원화 LCR은 6월 말 기준 157.39%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전년 동기(139.51%) 대비 17.88%p나 상승한 수치다. 2020년 말 94.93%로 5위에 불과했는데 꾸준히 LCR을 올려 지난해부터 선두를 지키고 있다.
또 1년 간 가장 큰 폭의 개선세를 보인 곳은 2위 경남은행이다. 경남은행의 원화 LCR은 133.26%로 지난해 같은 기간(102.85%)보다 무려 30.41%p 급등했다. 부산은행 역시 127.39%를 기록, 12.01%p 오르면서 3위를 차지했다. BNK금융계열 두 은행이 나란히 유동성 관리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어 전북은행(111.99%), 광주은행(111.17%), 아이엠뱅크(103.60%) 순으로 뒤를 따랐다. 특히 전북은행과 아이엠뱅크는 원화 유동성 지표가 후퇴했다. 전북은행은 작년 상반기 말(128.14%)보다 16.15%p 떨어졌는데 6개 은행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아이엠뱅크 역시 같은 기간 12.21%p 내렸다. 두 은행 모두 2023년 말 이후 우하향하는 모습이다. 광주은행의 경우 소폭(2.64%p) 상승하면서 안정세를 유지했다.
원화 LCR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과 달리 외화 LCR은 하락세가 뚜렷했다. 외화부채 규모가 적어 규제적용 대상에서 면제되는 광주은행과 제주은행을 제외하고 4개 은행의 평균 외화 LCR은 6월 말 159.77%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75.86%) 대비 16.09%p 하락한 수치다. 2021년 말 269.77%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은행별로는 부산은행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1위를 차지했다. 202.93%를 기록했는데 4개 은행 중 유일하게 200%를 상회했다. 다만 전년 동기(226.01%)와 비교하면 23.08%p 낮아진 수치다. 또 2위에 오른 아이엠뱅크(163.09%)는 4개 은행 중 유일하게 외화 LCR이 개선됐다. 지난 5년간 160~180%대의 안정적인 외화 LCR을 유지하고 있다.
경남은행은 156.29%로 3위를 기록했으나, 전년 동기(181.21%) 대비 24.92%p 하락해 4개 은행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하지만 기간을 넓혀보면 전북은행의 하락 추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전북은행의 외화 LCR은 2021년 말 534.10%라는 이례적인 수치를 나타냈으나 이후 매년 급격히 떨어졌다. 과도하게 높았던 외화 유동성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도 작년 상반기 말(135.36%) 대비 18.60%p 하락한 116.76%를 기록, 4개 은행 최하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