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디앤아이한라가 단기차입금 한도를 확대했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늘어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OCF) 적자 폭이 확대된 가운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늘어난 운전자본은 진행 중인 공사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준공되면서 회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HL디앤아이한라는 올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다. 전략기획 부서 출신인 윤창영 상무가 신임 CFO로 선임됐다. 윤 상무는 공사 준공과 현금 회수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늘어난 운전자본 부담을 관리하며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실적 흐름은 개선세다.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반등한 데 이어 2025년 9월 말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2024년 연간 규모를 넘어섰다. 4분기 실적 역시 양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 단기차입 한도 700억 확대…운전자본 증가 대응 HL디앤아이한라는 19일 단기차입금 한도를 기존 3860억원에서 4560억원으로 700억원 늘렸다고 공시했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 한도는 610억원에서 1310억원으로 확대됐다. 최근 운전자본 부담이 빠르게 늘어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연결기준 운전자본은 2021년 2325억원, 2022년 2775억원, 2023년 3257억원, 2024년 2740억원에서 2025년 9월 말 6268억원으로 급증했다. 운전자본 증가의 여파로 영업활동현금흐름(OCF) 적자 폭도 확대됐다. 2021년 -378억원, 2022년 -383억원, 2023년 -4억원, 2024년 -404억원이던 OCF는 2025년 3분기 누적 -181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67억원) 대비 적자 폭이 948억원 확대됐다.
현금이 매출채권과 개발용지에 묶이면서 차입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이어지고 있다. 총차입금은 2021년 5698억원, 2022년 7503억원, 2023년 7265억원, 2024년 7461억원에서 2025년 3분기 말 9280억원으로 늘었다.
운전자본 급증은 지난해부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동시에 증가한 영향이다. 매출채권은 2022년 2852억원, 2023년 3910억원, 2024년 4545억원, 2025년 6686억원으로 확대됐다. 재고자산은 2022년 2099억원, 2023년 1708억원, 2024년 741억원으로 줄다 2025년 2433억원으로 다시 크게 늘었다.
매출채권 증가는 진행공사의 공정률 진행, 재고자산 확대는 자체 개발사업 확대와 맞물린 결과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건설사는 착공과 준공 시점에 따라 현금흐름 변동성이 큰 업종”이라며 “기말 기준으로 보면 현금흐름이 일시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업이익 흐름 자체는 양호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1~2022년에 착공한 프로젝트들이 지난해부터 준공 단계에 접어들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커진 사례가 많다”며 “2026년 이후 준공이 마무리되면 현금흐름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늘어난 재고자산은 분양률 개선과 함께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HL디앤아이한라는 울산 태화강변, 이천 아미1지구 등 자체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보유 용지 투자가 늘었고 이 과정에서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됐다. 해당 사업의 분양률은 10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 신임 CFO 윤창영 상무, ‘유동성 관리’ 시험대 HL디앤아이한라는 지난달 발표한 2026년 정기인사를 통해 CFO를 최형진 전무에서 윤창영 상무로 교체했다. 윤 상무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HL디앤아이한라에서 미래전략팀장, 미래전략실 본부장, 기획실장 등을 지내며 전략·기획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HL디앤아이한라는 공사 준공과 분양, 매출채권 회수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운전자본 부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임 CFO 윤창영 상무에게는 이 기간 동안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실적반등 흐름을 재무구조 개선으로 연결시키는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전임자인 최 전무는 실적이 부진했던 시기 만기를 1.5년으로 설정한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유동성 확보, 이자비용 절감을 함께 추진해왔다. 윤 상무가 연초 단기차입 한도를 늘린 것 역시 같은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전임 CFO가 퇴임 직전 차입금 만기 구조를 일부 장기화해 둔 점은 신임 CFO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만기 1년 미만 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은 2022년 2572억원, 2023년 3705억원, 2024년 5616억원으로 증가해 왔지만 2025년 9월 말 3850억원으로 줄었다. 반대로 2022년 3107억원, 2023년 3041억원에서 2024년 1097억원으로 줄었던 장기차입금은 2025년 들어 4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9월 말 기준으로는 4453억원을 기록했다.
차입 부담과 별개로 실적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 역시 윤 상무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요소다. HL디앤아이한라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22년 718억원, 2023년 683억원, 2024년 774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 9월 말 기준 EBITDA는 749억원으로 전년 동기(571억원) 대비 178억원 증가했다.
수익성 개선에 따라 등급 관련 재무지표도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모습이다. 한국기업평가는 EBITDA 마진 5% 미만, 순차입금/EBITDA 10배 이상을 신용등급 하방 변동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HL디앤아이한라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EBITDA 마진은 6.2%, 순차입금/EBITDA는 8.4배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까지 흐름이 괜찮았던 HL디앤아이한라는 4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황이 나빴던 시기를 넘기면서 투입한 자금을 회수할 시기를 앞두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