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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피스홀딩스, 그룹과 다른 행보 R&D '차입 활용'

삼성 계열 외부 차입 보수적 기조, 내부 자금 활용 우선 순위

김혜선 기자  2026-03-24 08:14:27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차입 활용을 검토하며 그룹과 다른 재무 전략을 꺼내 들었다. 내부 자금 중심의 보수적 기조를 유지해온 삼성그룹과 결이 다른 움직임이다.

연구개발(R&D) 중심 지주회사 구조로 연간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할 계획인 가운데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600억원 수준에 그친다. 출자와 배당만으로는 재원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총차입금 2억1800만 수준, 그룹 조달 전략 변화 흐름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작년 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2억1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분할돼 재상장하는 과정에서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승계받았고 현재까지는 내부 재원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외부 차입에 보수적인 재무 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분할되기 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차입금을 갚아 나가며 재무 체력을 다졌다. 2024년에는 8000억원 이상의 부채를 상환했고 장기 회사채 위주로 차입구조를 재편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지분 43.06%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성물산도 차입 규모를 줄여가고 있는 추세다. 2022년 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3조5018억원이었으나 이는 바이오 부문에서의 자본적지출(CAPEX) 등 일시적 요인이었다. 1년 뒤 다시 총차입금은 14.39% 감소했다.

삼성그룹의 보수적인 차입 기조를 나타내는 삼성SDI는 작년 초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주목받았다. 당시 삼성SDI는 기업신용등급 AA0(안정적)의 우량등급을 보유해 회사채 발행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이 있었음에도 약 7년간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유상증자를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계열사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2022년 이전까지 수년간 무차입 경영을 유지해왔지만 작년 상반기 약 10조원 규모의 차입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작년 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39조5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3% 증가했다.

◇R&D 기반 차입도 고려, 차입 위한 은행권 수요 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외부 차입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재무 전략 변화를 시사했다. 이달 20일 개최된 제1회 정기주주총회에서 김형준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R&D 재원과 관련해 "자체 자금을 우선 활용하되 필요 시 차입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연간 4000억원 이상의 R&D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재원 조달 수단을 확대해 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젠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외부 자금 조달 여력을 확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R&D 중심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현재 자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에피스넥스랩 두 곳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체 현금 창출이 가능한 반면 작년 11월 설립된 에피스넥스랩은 장기적으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설립 초기에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의 투자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배당으로 재원을 마련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배당처가 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체적으로 조달한 차입금이 존재한다.

작년 말 기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총차입금은 377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말 약 9000억원 수준 이후 꾸준히 감소해 전년 말 4224억원보다 줄어든 규모다. 다만 현금성 자산이 270억원 수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자금 조달 방향에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작년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598억원이다. 작년 말 유동성 자금 수준에서 올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은 지투지바이오와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고 이 과정에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지투지바이오에 약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투자를 집행했다.


향후 삼성에피스홀딩스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등을 중심으로 신약 개발 전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ADC 기반 방광암 치료제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 허가를 받은 데 이어 AAV 기반 안과 치료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통상 신약 개발 중심 기업은 성과 창출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역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블록버스터 의약품 7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추가 개발하며 자체 수익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 구조를 감안해 외부 자금 조달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다방면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옵션을 폭넓게 고려할 수 있다"며 "다만 기본적으로 내부 자원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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