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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유동성 진단

30%p 하락한 유동성비율, 복잡해진 셈법

[총론]PF 정리 과정에서 현금·예치금 급감…규제 개편에 유동성 관리 부담 확대

유정화 기자  2026-04-09 08:09:06

편집자주

저축은행 업권의 유동성 지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국면에서 확대됐던 유동성은 부실 정리와 수신 둔화가 맞물리며 빠르게 축소되는 모습이다.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 관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과도한 유동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이 유동성 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향후 부담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저축은행 유동성비율 변화 추이와 각사별 관리 전략을 짚어본다.
79개 저축은행 평균 유동성비율은 전년 대비 30.8%포인트(p) 하락했다. 부동산 PF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현금성자산이 줄어든 데다 수신 증가세까지 둔화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위기 대응을 위해 쌓아뒀던 유동성이 빠르게 해소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향후 저축은행의 유동성 관리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회전식 정기예금의 약 30%를 유동성부채에 반영하는 등 산정 기준을 보다 보수적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조달 비용 관리를 위해 늘려온 회전식 정기예금, 요구불예금 관리 기준이 강화되는 만큼 저축은행별 대응 역량에 따라 유동성 부담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PF 위기 해소 국면서 유동성 빠르게 축소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유동성비율은 151.1%로 2024년 말(181.9%) 대비 30.8%포인트 하락했다. 유동성비율은 만기 3개월 이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 대비 즉시 지급 가능한 자산의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유동성자산이 34조586억원에서 28조5934억원으로 감소한 가운데 부채가 소폭 증가하면서 비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유동성자산에 포함되는 현금·예치금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15조654억원에서 12조6296억원으로 줄어들며 전체 자산 대비 비중도 16.8%에서 14.3%로 하락했다. 그간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확대해온 현금성 자산이 PF 정상화 펀드 투자와 수익증권 운용 등으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동성비율 산정 시 유동성자산은 정상 분류 대출채권 중 3개월 이내 만기도래액과 잔존만기 3개월 이내 유가증권(시가평가 후 반영) 등을 포함한다. 다만 요주의 이하 자산은 제외된다. 유동성부채는 예수금, 표지어음, 차입금(경영정상화 장기차입금 제외), 콜머니 등으로 구성된다.

유동성비율 추이를 보면 2021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2023년 192.0%까지 확대됐지만 이후 하락 전환했다. 2022년 177.3%, 2023년 192.0%, 2024년 181.9%를 기록했다. 여전히 법정 기준(100%)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과거 대비 유동성 여력이 축소된 것은 분명한 변화다.

자산 규모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을 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제외한 4개사는 업계 평균보다 낮은 유동성비율을 기록했다. 업계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의 작년 말 유동성비율은 124.1%다.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PF 부실 정리를 선제적으로 진행하면서 보유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과잉 유동성 국면에서 벗어나 정상 수준으로 회귀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자산 축소와 수신 둔화에 따른 부채 구조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향후에는 자산 운용과 수신 방어 간 균형 관리가 핵심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규제 손질 본격화, 회전식 예금 관리 변수

다만 앞으로저축은행의 유동성 관리 부담은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유동성 관리 체계가 실제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예금 의존도가 높은 업권 특성상 급격한 예금 인출에 대응할 수 있는 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우선 예수금 모니터링 체계가 고도화된다. 기존에는 예수금 잔액과 해지 규모 중심으로 관리가 이뤄졌지만, 향후에는 가용자금, 예금자보호 한도 초과 예금,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등까지 반영할 예정이다. 그간 일부 자금 흐름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실제 유동성 대응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반영됐다.

유동성비율 산정 방식도 보다 보수적으로 바뀐다. 저축은행 간 요구불예금 상호 예치를 통해 비율을 높일 수 있었던 구조적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호 예치된 요구불예금은 자산과 부채에서 상계 처리하도록 기준을 손질한다.

회전식 정기예금에 대한 반영 방식도 달라진다. 잔존 만기가 3개월을 초과하더라도 중간 만기가 3개월 이내 도래하는 경우 약 30%가 조기 인출되는 점을 반영해 해당 금액의 30%를 유동성부채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수신이 단기 부채로 재분류되면서 유동성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2분기 중 상호저축은행업 시행세칙을 개정해 유동성 관리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이 수신 방어를 위해 예금금리를 인상하거나, 조달 비용 절감을 위해 확대해온 요구불예금과 회전식 정기예금 비중을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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