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업권에 주문하는 포용금융의 핵심은 ‘금리 단층’ 해소다. 중·저신용자가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하고 2금융권으로 이동하며 과도한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도입 예정인 ‘포용금융 종합 평가’를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업권에서는 현실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연 10% 초반 중금리대출 시장 형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높은 조달비용과 연체·충당금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신용대출 한도 제한 규제까지 겹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 10% 초반 중금리 시장 만들기 나선 당국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포용금융추진단 킥오프 회의 개최를 목표로 현재 분과 구성과 안건 논의 등 구체적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 전반의 포용금융 공급 현황을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도입 예정인 ‘포용금융 종합 평가’를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업권에 기대하는 역할은 연 10%대 초중반 수준의 중금리 시장 형성이다. 은행권과 비교해 5%포인트(p) 안팎의 금리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올 초 열린 ‘포용적 금융 대전환’ 1차 회의에서도 2금융권의 금리 단층 현상으로 서민·취약계층의 고금리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당국은 2금융권이 은행 대비 신용평가 역량이 부족하고 금리보다 대출 가능 여부를 우선하는 중·저신용자 특성이 반영되면서 금리가 높게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민간중금리대출은 신용 하위 50%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대표적인 서민금융 상품이다. 현재 저축은행업권에 적용되는 금리 상한은 연 16.51%다.
저축은행업권은 수년전 금리 단층 해소를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자체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시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수익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었다.
다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낮아진 데다 기준금리 상승기에는 조달 비용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특성상 정기예금 중심의 자금 조달 구조를 갖고 있어 은행보다 비용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경기 둔화로 중·저신용자 차주의 상환여력이 떨어지면서 연체와 부실채권 부담도 커졌다. 중·저신용자 차주의 특성상 연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모집 채널 비용과 심사 비용까지 추가로 들어가면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량 규제·신용대출 한도 제한에 막힌 중금리대출 저축은행업권의 민간중금리대출 취급 규모 역시 빠르게 줄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민간중금리 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은 29곳으로 전체의 36.7%에 그쳤다. 취급 규모는 총 1조747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467억원) 대비 약 1조원 감소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SBI저축은행이 446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OK저축은행 2578억원, 다올저축은행 1523억원, 신한저축은행 1126억원, 고려저축은행 1122억원 순이었다.
저축은행업권이 중금리대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로는 가계대출 규제가 꼽힌다. 저축은행 차주의 상당수가 1금융권 대출 한도를 초과한 자영업자와 중·저신용자인 만큼 규제 영향이 직접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강화된 데 이어 신용대출 한도도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됐다.
금융당국도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공급 위축 우려를 고려해 일부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 실적을 집계할 때 민간중금리대출 취급액의 80%를 총량 산정에서 제외해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이 민간중금리대출 100억원을 취급하면 실제 총량 관리 실적에는 20억원만 반영된다.
다만 업계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다. 현실적으로는 신용대출 한도 제한 규제가 더 큰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중금리대출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존 저축은행 대출 수요가 은행권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금리대출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 규제 환경에서는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포용금융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규제 영향으로 중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저신용자 대출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아 연체율과 충당금 부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