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캐피탈 업권이 성장 전략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외형 확대 중심의 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고려한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이 새로운 경영 과제로 떠올랐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 사는 사업 구조와 영업 전략을 재정비하며 저마다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 구성과 운용 방식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며 업권 내 경쟁 구도 역시 달라지는 양상이다. 주요 캐피탈사의 자산 리밸런싱 전략과 포트폴리오 변화, 이를 통해 읽을 수 있는 시장의 흐름과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현대캐피탈이 현대차그룹 전속 금융사로서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국내 자동차금융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성장 여력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그룹 인증중고차 사업과 연계한 중고차금융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며 외연 확대에 나서고 있다. 캡티브 경쟁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유지하면서 성장 동력을 다변화하려는 행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개인신용대출과 부동산PF 비중은 꾸준히 줄여나가는 추세다. 대신 해외 현지 법인 출자를 확대하고 투자금융을 점진적으로 늘리며 새로운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투자금융의 경우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을 유지하며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보수적인 운용 기조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위험 자산은 줄이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를 키우는 방향으로 자산 구성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인증중고차 연계 중고차금융, 자산 성장세 뚜렷 현대캐피탈의 경쟁력은 그룹 판매망과 연계된 캡티브 사업 구조에서 비롯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국내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금융 수요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이를 토대로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하며 견조한 영업 기반을 다져왔다. 올해 3월말 기준 총자산은 43조원 규모로 업계 최대 수준을 유지했다. 그룹의 판매 경쟁력이 금융 부문의 외형 성장과 안정성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구조다.
이 같은 경쟁력은 자산 구성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동차금융은 전체 영업자산의 82%를 차지하며 절대적인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신차는 그룹 완성차 판매와 연계된 핵심 사업으로 판매 흐름에 따라 자산 규모가 움직이는 구조다. 실제 캡티브 비중도 약 75% 수준으로 상당 부분이 그룹사 물량을 기반으로 형성돼 있다. 이는 대내외 시장 변동성에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하게 하는 현대캐피탈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다만 자동차금융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신차 중심의 성장 전략만으로는 외형 확대에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업권 안팎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점유율도 점진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현대캐피탈이 중고차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룹 인증중고차(CPO)와 연계해 새로운 금융 수요를 흡수하며 성장축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이다. 캡티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성장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고차금융은 신차보다 담보가치가 낮아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실제 현대캐피탈 포트폴리오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중고차금융 자산은 4조5000억원 규모로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5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점유율 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현대캐피탈 역시 취급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신차 중심 구조를 유지하면서 중고차금융을 통해 수익 구조를 보완하는 흐름이다.
◇국내 성장 둔화 보완하는 해외 투자 전략 지속 현대캐피탈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비자동차 부문에서도 감지된다. 개인신용대출과 부동산PF 등 부실 우려가 큰 자산은 점진적으로 비중을 줄여나가는 흐름이다. 특히 부동산PF는 업황 둔화와 리스크 관리 기조가 맞물리며 축소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수익성 확보 목적에서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증가하며 자산 운용의 효율성을 꾀하고 있다. 주담대는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해 전체 영업자산의 약 10%를 차지했다.
투자금융 부문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대 수준에 머물며 제한적인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나 여전히 핵심 영업자산 대비 보완적 성격에 그치고 있다. 투자 영역은 해외법인 출자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그룹사의 글로벌 거점 역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해외 거점 투자를 매개로 포트폴리오의 외연을 안정적으로 넓히는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캐나다·프랑스·인도네시아 등 주요 해외법인에 총 937억원을 추가 출자하며 현지 금융 지원 역량을 높였다. 이러한 투자는 현대차·기아의 해외 판매 확대와 맞물려 글로벌 영업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국내 시장 성숙에 따른 성장 제약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해외 출자 규모가 커짐에 따라 현지 법인들이 현대캐피탈의 연결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